손흥민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팔색조 전술 변화 속에 해리 케인(이상 토트넘)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워냈다.
손흥민은 4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토트넘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서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와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서 후반 10분 귀중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리그 12호골이자 시즌 17호골로 6경기 무득점서 탈출했다.
역사적인 홈 경기였다. 토트넘은 100년이 넘은 홈구장의 노화 때문에 한동안 화이트 하트레인을 떠나 웸블리 스타디움서 홈 경기를 치러왔다. 2014년 첫 삽을 뜬 토트넘의 새 구장이 첫 선을 보였다.

4위 자리를 위협 받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은 결단이 필요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 손흥민과 케인의 공존이 필요했다.
손흥민은 올 겨울 물오른 득점력을 뽐냈다. 4경기 연속골을 몰아치는 등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16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뜨거운 발끝은 케인의 부상 복귀 이후 거짓말처럼 차갑게 식었다. 케인의 복귀전인 번리전부터 6경기째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토트넘도 케인이 돌아온 이후 리그 5경기(1무 4패) 연속 무승 늪에 빠졌다.
손흥민-케인 투톱 조합을 애용했던 포체티노 감독은 해결책으로 '센트럴 손'을 꺼내들었다. 2선 중앙 공격수로 출격한 손흥민은 케인의 그늘에서 벗어나자 펄펄 날았다. 드리블과 패스 모두 날카로움을 되찾았다. 손흥민 특유의 스프린트와 시원한 슈팅도 몇 차례 나왔다.
손흥민은 후반 들어 다른 역할을 수행했다. 4-3-2-1 전형 ‘2’의 자리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오른쪽에 위치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 변화는 주효했다. 손흥민은 후반 10분 에릭센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에서 수비수 2명을 따돌리고 왼발 슈팅을 날렸다. 뒤늦게 태클을 들어온 루카 밀리보예비치의 다리에 맞고 굴절돼 새 구장의 역사적인 1호골로 연결됐다.
손흥민은 후반 중반 본업인 좌측 윙어로 돌아갔다. 대니 로즈가 부진했던 자리서 맹활약했다. 장기인 속도와 드리블로 크리스탈을 위협했다. 후반 35분엔 쐐기골 장면에도 관여했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케인의 돌파가 수비에 막혔지만 에릭센이 리바운드 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종료 1분 전 자로 잰 듯한 얼리 크로스를 배달해 절호의 찬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이 1조 원이 들어간 경기장서 첫 득점자가 되는 역사의 순간을 만들며 가장 밝게 빛났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손흥민은 2선 중앙과 좌우 측면 공격수 등 이날만 3개의 포지션을 소화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다채로운 전술 변화를 200% 소화해냈다. 비로소 케인과 공존법도 답을 찾았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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