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허행운 인턴기자] ‘양의지의 친정 방문’ 자체 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4년 125억이라는 대형 FA 계약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양의지는 지난 5일 펼쳐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3연전을 치르기 위해, 처음 잠실 구장에 손님으로 찾아왔다. 2006년 2차 8라운드 지명을 받은 후 두산 유니폼만 13년 가까이 입었던 선수다. 두산 선수단과 감독, 팬들 그리고 무엇보다 양의지 본인에게도 의미 있는 날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을 보기 위해 모인 취재진에게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며 짐짓 놀라는 모습을 보인 양의지는 오랜만에 잠실에 온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똑같다. 별다른 것 없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 했다. “오랜만에 인사하니까 반가웠다. (오)재일이 형, (박)건우, (박)세혁이 다들 반갑게 인사했다”며 친정 방문에 조금 들뜬 모습이었다.

자신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현 두산의 주전 포수 박세혁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자 “잘하고 있어서 좋다고 말해줬다. 두산에서 같이 했던 동생들 다 잘됐으면 좋겠다. 한화로 간 (최)재훈이도 잘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살뜰히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7일 투타 맞대결을 펼치게 될 유희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유)희관이형 상대하면 웃음 날 것 같다. 희관이형이 올해 잘 던지고 있다. 살도 많이 빼서 가벼워져서 공도 좋아진 것 같다. 잘생겨진 것 같다”며 웃었다.
옛 스승 김태형 감독과는 만나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가서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며 말을 아꼈다. 사실 김태형 감독과의 만남에 있어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NC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들어와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두산 선수, 코치 그리고 김태형 감독과 간단한 악수를 주고 받으며 인사를 나눴다. 자연스레 많은 이들의 시선은 양의지와 김태형 감독의 만남에 모아졌지만 양의지는 몇몇 코치, 선수하고만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바로 외야로 나갔다.
‘왜 다른 선수들 인사할 때 함께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양의지는 “별 의미 없다. 조금 늦게 도착하기도 했고, 마치고 제대로 인사드리려고 빨리 연습하러 나갔다”고 답했다. 훈련 전에 잠깐 스쳐가는 짧은 인사가 아닌, 제대로 된 인사를 하려 했던 양의지의 진심이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양의지는 두산 팬들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도 전했다. “경기는 똑같은 경기일 뿐이다. 하지만 두산팬 분들께 인사드릴 때 묘할 것 같다. 정중하게 인사하려고 한다”고 말한 양의지는 2회초 첫 타석에 들어와 1루 관중석을 향한 90도 인사로 그 진심을 전했다. “야유가 나오지 않을까”라며 걱정했던 양의지에게 두산 팬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해줬다.

양의지는 “안에서 볼 때도 잘하는 팀이었는데, 밖에서 볼 때도 잘한다”며 전 소속팀을 치켜세우며 “다들 잘치는 타자들이고, 내가 애들을 아는 것보다 애들이 날 더 잘 알아서 긴장된다”고 엄살을 부렸던 양의지는 이날 루친스키와의 완벽한 배터리 호흡으로 7이닝 호투를 이끌어냈다. 공격에서도 2루타를 쳐내며 팀 득점에 기여했고, 결국 팀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양의지 시리즈'는 아직 두 경기가 남았고, 올 시즌만 해도 아직 그가 친정팀과 붙어야 할 경기는 많이 남아있다. 앞으로 있을 경기들에서는 양의지와 두산이 또 어떤 스토리들을 만들어갈 것인지 많은 KBO 리그 팬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lucky@osen.co.kr
[사진] 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