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뻐 보였다".
키움 히어로즈 간판타자 박병호(33)는 개막 이후 3번과 4번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그 가운데 4번은 주로 제리 샌즈(32)가 맡고 있고 박병호는 3번으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다. 장정석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박병호를 2번으로 기용하는 파격 실험을 했다. 박병호의 타석수를 늘리면 그만큼 홈런이나 득점력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정작 개막을 하자 '강한 2번'을 철회했다. 이유를 묻자 "바뻐 보였다. 루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분주해보였다. 2번으로 가니 부담도 있어 보였다. 개막 후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예전대로 3~4번으로 기용했다. 김하성의 컨디션이 좋은 점도 있어 (박병호의 ) 2번 기용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선수에 맞는 옷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었다. 장 감독은 시범경기 막판에 박병호의 타순을 놓고 고민을 했다. 2번으로 출전하자 준비하는 루틴(습관)이 흐트러졌고 실제로 부담도 느낀 것으로 파악했다. 박병호는 "타순은 순전히 감독님이 결정할 문제"라며 개의치 않은 마음을 보였다. 그러나 그에게 2번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박병호는 지난 5일 KIA와의 광주 경기에서 3번 타자로 출전해 모처럼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첫 타석은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3회와 6회는 각각 볼넷을 얻어냈다. 1-4로 뒤진 8회는 선두타자로 나와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려 4-4 동점의 발판을 만들었다. 9회에서도 1사후 중전안타를 터트렸다.
이날 3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타율을 3할로 끌어올렸다. 팀은 졌지만 박병호의 타격 상승세를 확인한 수확이 있었다. 타격 컨디션을 찾으면 무서운 홈런포도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5일 현재 1홈런에 그치고 있다. 박병호가 뜨거우면 키움 타선 전체가 활화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타격이었다. 강한 3번, 강한 4번이 깔맞춤 옷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