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루키’의 탄생일까? 아니면 제주도 ‘슈퍼 바람’이 빚어낸 깜짝 결과일까?
‘루키’ 조아연(19, 볼빅)이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2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조아연은 7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파72, 6301야드)에서 펼쳐진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6억 원, 우승상금 1억 2,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다.

작년 10월 KLPGA 정회원 신분을 얻어 첫 시즌에 갓 들어선 선수이다 보니 모든 것이 다 처음이다. KLPGA 투어 2번째 대회만에 들어올린 우승컵이고, 국내에서 열리는 올 시즌 첫 대회에서 낚은 값진 우승이다.
첫 대회였던 작년 12월의 ‘효성 챔피언십’에서는 6위에 올랐던 그다.
2개 대회에서 6위와 우승을 일궈낸 성적으로만 보면 분명 ‘슈퍼 루키’가 맞다. 다만 첫 우승을 일군 제주도가 외부 변수가 많은 경기장이라는 점은 좀더 이 선수의 성장을 좀더 지켜보고 싶게 만든다. 이날도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엔 바람이 세게 불었고, 한 때 비까지 내렸다.
좀처럼 타수를 줄이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조아연은 5타를 줄이며 우승컵까지 안았다.

만약 조아연이 출발부터 선두권이었으면 이 같은 결과를 못 냈을 지도 모른다. 3라운드까지 4언더파 공동 7위에 올라 있던 조아연은 부담없이 우승컵을 노리기에 가장 좋은 자리에서 최종라운드를 맞을 수 있었다. 챔피언조 보다 2조 앞서 경기를 펼친 조아연은 첫 홀을 보기로 출발했지만 이후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 9언더파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반면 전날까지 우승컵에 가장 가까이 가 있었던 챔피언조는 하나같이 고전했다. 7언더파에서 시작했던 김민선은 첫 홀부터 더블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한 뒤 버디 곡선과 보기 곡선을 번갈아 그려 최종라운드에서 타수를 하나도 줄이지 못했다. 최혜진도 첫 홀에서 더블 보기로 출발하더니 이후 홀에서도 버디보다 보기가 더 많았다. 이날만 3오버파를 적어내 최종합계는 4언더파 공동 9위로 내려갔다. 6언더파에서 시작한 지한솔도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6위가 됐다.
조아연은 아마 시절부터 될성부른 선수였다. 중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 최연소 국가 대표가 됐다. 아마 신분으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7차례 KLPGA 정규 투어에 출전해 3차례 톱 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8년 월드아마추어팀챔피언십 개인전 우승으로 그 해 10월 KLPGA 정회원이 됐고, 2019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에서는 예선 1위로 본선에 진출해 본선에서도 수석 자리를 궤찼다.
‘시즌 개막전’이 아니라 ‘국내 개막전’이기 때문에 같은 값으로 매기긴 어렵지만 어쨌든 개막전에서 루키 선수가 우승한 것은 조아연이 역대 세 번째다. 2008년 유소연이 ‘스포츠서울-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게 처음이고 최혜진이 2017년 12월, 2018 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에서 우승 한 게 두 번째였다.

“국내 개막전 좋은 성적 내고 우승해서 기분이 정말 좋다. 준비 많이 한 만큼 좋은 성적 나올거라 믿고 플레이한 것이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말한 조아연은 “첫 목표가 신인상 수상이고 두 번째 목표를 시즌 2승으로 잡았다. 신인상은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두 번째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고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승 결정 상황에 대해서는 “플레이에만 집중하다보니 성적을 알지 못했다. 공동 1위인 것도 마지막 홀에 알았다. 그래서 감정없이 플레이 마칠 수 있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데뷔 후 두 번째 대회라 잘 모르겠다. 그냥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과 자신의 경기 스타일에 대한 질문에는 “쇼트게임이 아직 부족하다. 이번 대회에서 좋아졌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그래도 더 보완 해야 할 것 같긴 하다. 그리고 샷도 아직 거친 면이 있어서 대회와 대회 사이에 여유가 있을 때 좀 고쳐 볼 생각이다. 드라이버 같은 긴 클럽은 아직 수정하고 있는 중이다”고 대답했다. /100c@osen.co.kr
[사진] 조아연의 경기 모습과 우승 세리머니, 그리고 인터뷰 장면. /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