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빈볼이었지만 당사자는 부인했다.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신시내티 레즈의 시즌 5번째 맞대결. 4회초 양 팀 선수들이 벤치 클리어링으로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피츠버그 투수 크리스 아처의 초구 93.3마일 패스트볼이 신시내티 타자 데릭 디트리츠의 등 뒤로 날아갔다. 이에 데이비드 벨 신시내티 감독이 가장 먼저 덕아웃에서 뛰어나와 구심 제프 켈로그에게 어필했고,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몰려나와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크게 흥분한 신시내티 벨 감독, 야시엘 푸이그, 아미르 가렛, 피츠버그 펠리페 바스케스, 키오니 켈라 등 총 5명이 퇴장 당했다.

벨 감독은 아처의 공이 빈볼이라고 확신했다. 앞선 2회초 디트리치가 우중월 홈런을 터뜨린 뒤 1루로 뛰지 않고 5초간 타구를 감상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피츠버그 포수 프란시스코 서벨리가 홈에 들어온 디트리치에게 한마디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다음 타석 초구부터 디트리치에게 보복구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경기 후 아처는 이 공에 대해 “실투였다”고 밝혔다. 첫 타석 디트리치의 홈런에 대해 아처는 “약간의 감탄이 분명히 있었다. 그건 여러분과 다른 사람들이 판단할 일이다. 난 그저 경기에 집중하려 했다. 일이 커지긴 했지만 홈런 이후 두 번이나 그를 삼진으로 잡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아처는 디트리치를 4회와 6회 연속 삼진 처리했다.
그러나 벨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벨 감독은 “다른 팀에서 고의적으로 우리 선수를 해치려고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아처의 공은 빈볼로) 명백했다.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어떤 이유로든 (보복구가) 경기 일부분이 되어선 안 된다”며 “홈런을 치고 난 뒤 선수는 마음대로 베이스를 뛰어다닐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선수들을 지지할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디트리치는 “난 배트를 던지지 않았다. 타구를 보긴 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며 “(보복구는) 누군가에게 통증을 가하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야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경기의 일부인 것을 안다. 다치지 않은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뒤를 봐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특히 감독이 그렇다”고 동료애를 발휘한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waw@osen.co.kr

[사진] 피츠버그(미국 펜실베이니아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