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가 한층 더 치밀해진 검증과 내용으로 돌아왔다.
MBC 새 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이하 '페이크')가 8일 밤 첫 방송됐다. 지난해 8월 파일럿으로 첫 선을 보인 뒤 8개월 만에 정규 편성된 것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만큼 '페이크' 제작진은 한층 날카로운 문제 제기와 검증 과정을 보여줬다. 첫 방송에서는 첫 주제인 손석희 JTBC 대표 이사에 대한 의혹과 고(故) 장자연 사망 사건의 진실을 조명하며 신중한 문제 제기와 철저한 팩트 체크를 강조했다. 배우 김지훈이 '페이크'의 MC이자 시청자의 시각을 대표하는 '서처K'로서 뉴스와 보도 당시 실시간 반응을 확인하며 하나하나 비교해나갔다.

먼저 소개된 손석희 관련 의혹들의 경우 올해 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최초 보도부터 자세하게 다뤄졌다. 손석희가 프리랜서 언론인 김웅과 송사에 휘말린 것, 이 가운데 과거 손석희의 접촉 사고가 뒤늦게 드러난 것, 여기에 사고를 둘러싸고 갖가지 추문들이 얽혀 흡사 스캔들처럼 비화된 상태였다.
특히 '페이크'는 관련 보도들이 명확한 사실보다는 주장으로 뒤덮인 점을 주목했다. 손석희가 과거 과천 모처에서 한 견인차와 접촉 사고를 낸 것은 사실이나 이에 대한 조사 내용, 합의 수준, 피해자 대응 정도가 보도마다 제각각이었다. 그마저도 피해자 반응에 대한 녹취가 짜깁기 돼 있거나, 공신력 있는 조사 당국의 멘트가 아니라 보는 이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김지훈이 관할 경찰서인 과천 경찰서, 피해자의 녹취 전문을 확인한 결과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경찰은 "사고 당시 관할 구역에서 음주 측정 기록이 한 건 있는데 손석희 씨에 관한 게 아니었다. 만약 손석희 씨를 봤으면 기억하는 수사관들이 있을 텐데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사고 견인차를 수리한 카센터에서는 "조수석 앞 범퍼가 떨어져서 왔길래 나사 하나 박아준 게 다였다. 누가 그걸 150만 원을 주고 수리를 하냐"면서 경미한 사고임을 강조했다.
심지어 동승자 의혹은 피해자가 잘못 진술한 것을 시인했다. 그는 손석희 대표와의 통화에서 "제가 잘못 본 것 같다"고 말했고, 경찰 조사에서도 동승자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작 의혹을 제기한 매체들은 답변을 피했다. 김지훈이 해당 사건들을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질문하려고 하자 "안 듣는 게 좋을 것 같다.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은 것이다. 거듭된 통화 실패에 김지훈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기사 쓴 기자에게 질문하지 못하면 누구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거냐"며 한탄했다.

두 번째로 소개된 장자연 사망 사건에 관해서도 심층적인 조명이 이어졌다. "뉴스는 많았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며 장자연 사망 사건을 소개한 김지훈은 최초 수사에서 'ㅇㅇ일보 ㅂ사장'이 의도적으로 삭제된 흔적에 주목했다.
이번에도 '페이크' 측은 관련 기사를 보도한 실제 기자들을 만나 취재 내용에 대해 캐물었다. 한 시사 주간지 기자는 최초 수사 당시 'ㅇㅇ일보'의 특수관계인이었던 참고인 '한 씨'라는 인물에 주목했다. 조사 과정을 보면 '한 씨'가 한 차례 조사를 마친 뒤 자발적으로 경찰을 찾아와 당시 'ㅇㅇ일보' 대표가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그 내용에 따라 경찰 수사가 결정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재수사에서 '한 씨'는 당시 증언이 'ㅇㅇ일보' 대표로부터 부탁받아 진술한 거짓이었다고 밝혀 충격을 자아냈다.
이 가운데 장자연 사망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 윤지오가 '페이크'에 출연했다. 그는 "언니 문건에는 '성 상납 강요를 받았습니다'지 '성 상납을 했습니다'라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성 상납을 한 것이 아니라 성폭행을 당했다고 봐주셔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이 사건은 정말 큰 사건이다. 아시다시피 정치인, 언론인 많은 분들이 연루된 사건이고 언니는 희생양이며 피해자다. 그런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마침내 장자연 사망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5월 말까지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하고 재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 한번 더 참고인으로 출두한 윤지오는 취재진 앞에서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이에 김지훈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밝히기를 바라면서 이번 사건은 저희가 끝까지 보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짜 뉴스'는 물론 전파를 타는 방송사의 메인 뉴스까지 '가짜'가 판 치는 뉴스 범람의 시대, '페이크'는 정규 첫 방송에서 기사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포문을 열었다. 1회부터 4회까지 '가짜 뉴스'에 대해 다루겠다며 시즌제를 표방하고 작정하고 첫 발을 뗀 상황. '페이크'가 이후 방송에서 얼마나 더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까. 제작진이 보여줄 진실의 실체에 시청자의 이목이 쏠렸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