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호준이 영화 ‘크게 될 놈’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도전했다. 밝고 엉뚱하면서도, 반듯한 역할을 주로 소화했던 그가 범행을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 역을 맡은 것이다.
그를 몰랐던 관객들은 손호준이라는 배우를 흡인력 강한 배우로, 팬들은 밝기만 했던 청년의 흑화된 얼굴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그의 변화가 돋보일 수 있었던 비결은 ‘명불허전’ 김해숙의 감정 연기 덕분이다.
10일 서울 이촌동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이달 18일 개봉하는 영화 ‘크게 될 놈’(감독 강지은, 제공 사연성, 배급 영화사 오원, 제작 밀짚모자영화사)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크게 될 놈’은 헛된 기대만 품고 살아온 끝에 사형수가 된 아들 기강과 그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생애 처음 글을 배우는 엄마 순옥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극 초반에는 기강이 고향 친구와 함께 서울로 올라와 사고를 치고 범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담겨 있어 범죄 장르물의 향기가 나기도 한다.
손호준은 이 작품의 출연 계기를 '시나리오'와 '선배 배우 김해숙'을 꼽았다. 일명 ‘국민 엄마’ 김해숙과 모자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다고.
손호준은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저는 이 시나리오 자체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 특히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를 뭉클하게 봤다”면서 “엄마 역할을 김해숙 선생님이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에 집중을 많이 했다. 스태프도 제가 집중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다. 김해숙 선생님께서 엄마 캐릭터로서, 아들 역을 맡은 저를 많이 가르쳐주셨고 야단도 쳐주셔서 어떤 작품보다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그간 도전해본 적 없던 사형수 역할이지만 김해숙의 지도 덕분에 캐릭터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손호준은, 성공을 꿈꾸지만 능력이 되지 않자 나쁜 방식으로 돈을 버는 철 없는 기강을 소화했다.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수감됐을 때는 피고인이라는 캐릭터 설정상 처형을 받는다. 사람들의 돈을 빼앗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기강의 모습은 손호준의 실감나는 연기로 완성됐다. 그의 새로운 얼굴이 낯설지만 반갑다.
손호준은 “(사형)처형을 받는 장면을 찍을 때는 얼굴에 천을 썼는데 그때 무섭기도 했다”며 이번 역할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토로했다.
엄마를 연기한 김해숙은 “자식과 부모는 서로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것을 반복하는 존재인 것 같다"며 “부모가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것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소중한 것을 모르는, 소홀해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라고 이 영화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연출을 맡은 강지은 감독은 “어머니 역할에 딱 한 분(김해숙) 밖에 생각이 안 들었다. 피디와 얘기를 했는데 ‘김해숙 선생님이 하실까?’라는 걱정이 됐다. 근데 저는 왠지 선생님이 하실 것 같았는데 선생님이 한 번에 ‘하겠다’고 하셔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고 김해숙과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크게 될 놈’은 못난 아들이 어머니의 깊은 사랑과 희생으로 교화되는 이야기. 부모의 애절한 사랑은 신파극이지만, 묵직한 감동이 진정성 있게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시나리오를 보고 연출을 결심했다는 강지은 감독은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가 올드한 신파 같지만 진심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안고 찍었다. 돌직구를 던지는 마음으로 찍었다”며 “쉬운 얘기지만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 관객들에게 다가가길 바란다. 이야기를 전달함에 있어서 크게 강조한 부분도, 말이 안 되는 부분도 없게 노력했다”고 영화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손호준을 캐스팅한 이유로는 “손호준은 전라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고, 배우로서 그가 갖고 있는 내공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자신의 이미지를 많이 소비하지 않은 배우인 데다 (에너지를)증폭시킬 수 있는 파워가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강 감독은 영화 ‘투캅스2’(감독 강우석, 1996)의 조연출을 시작으로 영화 ‘공공의 적’(감독 강우석, 2002) 조감독을 맡았다. 영화 ‘도마뱀’(2006)의 각본 및 연출을 맡았으며 ‘강철중:공공의 적 1-1’(감독 강우석, 2008)에서는 액션 부문 특별 촬영을 진행했다.
그동안 엄마 역할을 자주 도맡아온 김해숙이지만 ‘크게 될 놈’에서는 그녀만의 사연과 아픔을 가진 엄마를 새롭게 창조했다. 18일 개봉. 러닝타임 108분. 15세 관람가. / watch@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