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KBO리그에서 잠깐 뛰었던 외야수 스캇 반슬라이크(33)가 LA 다저스를 깜짝 방문했다. 절친한 동료였던 저스틴 터너(35)의 초청으로 모처럼 친정팀을 만났다.
10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시즌 첫 맞대결이 펼쳐진 부시스타디움. 경기 시작시간 2시간여를 앞두고 덩치 큰 사내가 다저스 3루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냈다. 덥수룩한 수염의 낯익은 얼굴,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짧게 몸담았던 반슬라이크였다.
미국 미주리주 체스터필드 출신 반슬라이크는 마침 다저스의 미주리주에 속한 세인트루이스 원정에 맞춰 구장을 찾았다. 다저스 시절 함께 뛰었던 동료 터너가 반슬라이크를 특별 초청했다. 반슬라이크는 경기장 도착 후 터너와 포옹을 나눴고, 리치 힐을 비롯해 나머지 선수들과도 모처럼 인사를 나눴다.

오렐 허샤이져 스포츠넷LA 해설위원과 다저스 구단 스태프들도 오랜만에 다저스 덕아웃에 나타난 반슬라이크를 보며 “우리 팀에 다시 돌아온 것이냐”는 농담을 던지면서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다저스 담당 기자들까지 예고 없이 갑자기 방문한 반슬라이크에게 안부를 묻고 악수를 청하는 등 다저스 덕아웃에 정겨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반슬라이크는 지난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2017년까지 6시즌을 모두 다저스에서만 뛰었다. 통산 355경기 타율 2할4푼2리 184안타 29홈런 95타점 OPS .744를 기록했다. 특히 2014년 98경기에서 타율 2할9푼7리 11홈런 29타점 OPS .910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낸 바 있다.
같은 해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로 다저스에 합류해 잠재력을 뽐내기 시작한 터너와 깊은 우애를 쌓았다. 지난 2016년 시즌 후 FA가 된 켄리 잰슨은 터너, 반슬라이크가 네덜란드령 퀴라소에서 치러진 결혼식에 참석하는 등 가족 같은 정에 이끌려서 다저스에 잔류하기도 했다.
2017년 7월 다저스를 떠나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된 반슬라이크는 그 이후 빅리그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8년 마이애미 말린스와 마이너 계약했지만, 빅리그 부름은 없었다. 결국 지난해 6월 KBO 두산 베어스와 계약하며 한국 무대에 도전했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컸다.
두산에서 반슬라이크는 12경기 39타수 5안타 타율 1할2푼8리 1홈런 4타점에 그쳤다. 허리 부상 악재까지 겹치며 한국에 적응하지 못한 채 시즌 막판인 9월에 방출됐다. 두산의 외인 타자 잔혹사에 한 페이지를 썼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현재까지도 소속팀이 없는 무적 신분이다. /waw@osen.co.kr

[사진] 세인트루이스(미국 미주리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