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개미지옥같은 늪축구가 중국과 일본의 챔피언을 삼켰다.
울산 현대는 10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H조 3차전서 가와사키프론탈레와 홈경기서 김수안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ACL 3경기서 승점 7점(2승 1무)를 기록한 울산은 조별리그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그 뒤를 승점 4점의 상하이 상강, 승점 3의 가와사키, 승점 2의 시드니 FC 순으로 이었다.

경기를 주도한 것은 가와사키지만 이긴 것은 울산이었다. 전반 초반부터 가와사키가 주도했다. 다미앙과 하세가와를 중심으로 거쎈 맹공을 펼쳤다. 울산은 전반 20분까지 상대에게 수많은 슈팅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골은 나오지 않았다. 울산의 페널티박스 안에서는 윤영선-불투이스가 가와사키의 공격진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결국 가와사키는 박스 밖에서 중거리 슈팅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울산이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는 울산의 늪이 가와사키를 삼키기 시작했다. 울산은 빠른 방향 전환을 통한 측면 크로스로 가와사키를 위협했다. 울산의 역습이 살아나자 가와사키 역시 라인을 내려야만 했다.
결국 가와사키의 초반 기세는 모두 사라졌다. 거기다 타니구치와 믹스가 부상으로 쓰러져 교체 당하는 변수까지 겹치며 후반 막판까지 지루한 늪축구가 이어졌다.
늪축구에서 살아남은 것은 울산이었다. 가와사키의 공격은 수비진의 활약과 오승훈의 선방으로 저지하고, 후반 교체 투입된 김수안이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헤더 결승골을 터트렸다.

경기 후 기록으로만 봐도 가와사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패배였다. 점유율(가와사키 57%, 울산 43%)이나 슈팅 갯수(가와사키 12개, 울산 5개)에서 보이듯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울산의 개미지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김수안의 결승골이 터지자 울산 팬들은 특유의 '잘가세요'를 부르며 짧게나마 승리를 자축했다. 가와사키 선수들 입장에서 울산 팬들의 노래는 개미지옥에서 들려오는 노래로 들렸을 것이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니키 토루 가와사키 감독은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내주며 패했다"며 "전술적 변화에서 밀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는 이런 경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16강행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김도훈 감독은 "조별리그 선두에 올랐지만, 아직 3경기가 남았다. ACL 상대팀들이 모두 강하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흐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울산은 ACL 조별리그 3경기(멜버른전 0-0, 상하이전 1-0, 가와사키전 1-0)에서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득점 역시 2골에 그치고 있지만, 선두로 올라서기엔 충분했다.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 우승팀 상하이에 이어 J리그 우승팀 가와사키마저 삼킴 울산의 개미지옥같은 늪축구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사진] 울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