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 시카고 컵스 투수 다르빗슈 유(33)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상대로 올 시즌 홈경기 첫 선발등판을 가졌다. 1회 프란시스코 서벨리에게 선제 솔로 홈런을 허용한 다르빗슈였지만 2회에는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고 기분 좋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때 리글리필드 관중들이 다르빗슈를 향해 일제히 소리를 쳤다. 얼핏 들으면 야유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유~”에 가까웠다. 지난 봄 캠프 때 다르빗슈는 “야유를 ‘유’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우~’와 발음이 가까운 자신의 이름 ‘유~’를 불러달라는 의미. 이날 첫 홈경기에서 다르빗슈가 호투하자 컵스 팬들이 이렇게 반응한 것이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다르빗슈는 “야유 소리가 들렸다”며 “그것이 ‘유’였는가?”라고 웃으면서 되물었다. 비록 시즌 첫 홈경기 등판에서도 5⅓이닝 5피안타(2피홈런) 1사구 4탈삼진 5실점(4자책) 투구로 팀 패배와 함께 패전 멍에를 썼지만 다르빗슈의 표정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다르빗슈는 “평소보다 스피드가 떨어졌지만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져 기분이 좋다”며 “전체적으로 볼넷이 없어 좋았다. 홈런 2개를 맞았지만 나머지 안타 3개는 모두 내야안타였다. 홈런 이외 내용은 좋았다. 과제 중 하나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앞선 2경기는 모두 5이닝을 넘기지 못한 채 볼넷이 각각 7개, 4개. 이날은 사구가 하나 있었지만 볼넷은 전무했다.

조 매든 컵스 감독도 모처럼 다르빗슈 칭찬에 열을 올렸다. 매든 감독은 “다르빗슈가 계속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그는 패스트볼을 던지며 어디로 향할지 알고 있었다. 좋은 커터도 몇 개 던졌다. 대부분 패스트볼과 커터의 구위가 정말 좋았다. 그에 대한 모든 것이 긍정적이다”며 만족했다. 이날 다르빗슈의 최고 구속은 95마일, 시속 153km까지 나왔다.
그러나 매든 감독의 다르빗슈에 대한 믿음은 다소 부족했다. 6회 1사 1,3루 위기가 되자 3실점 중이던 다르빗슈를 내린 것이다. 투구수가 77개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펜을 가동했지만 실패했다. 승계주자 2명이 모두 홈에 들어가 다르빗슈의 실점도 5점으로 불어났다. 다르빗슈로선 만은 아쉬움이 남을 법한 교체였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더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항상 매든 감독의 결정을 존중해왔다. 이번 투수 교체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다르빗슈가 확실한 벤치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좋은 투구가 필요하다. 제구 난조를 극복했지만 아직 압도적인 맛은 없다. /waw@osen.co.kr

[사진] 시카고(미국 일리노이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