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내야죠.”
롯데 자이언츠 2년차 내야수 한동희는 주전 3루수로 낙점을 받았고, 개막 이후 줄곧 기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 한동희는 험난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 10일과 11일, 사직 두산전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리긴 했지만 전반적인 기록은 썩 좋지는 않다. 16경기 타율 1할8푼9리(53타수 10안타) 2홈런 3타점 OPS는 0.575에 그치고 있다. 수비에서도 5개의 실책을 범했다.
타석에서도 장타가 나오고 있고, 수비에서도 개막 이후 첫 몇 경기 동안 실책을 범한 것들에 비하면 점차 안정적인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타격에서는 일발 장타 외의 정교한 컨택과 투수와의 수싸움, 수비에서는 풋워크와 이와 연관되는 수비 범위 등이 여전히 한동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팀 입장에서도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보인다.

그럼에도 양상문 감독은 여전히 한동희에게 믿음을 놓지 않고 있고, 뚝심있게 그를 기용하고 있다. 아직 개막 이후 20경기도 치르지 않은 시점이긴 하지만,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수장의 입장에서는 고민을 할 법도 하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한동희의 이름을 꾸준히 선발 3루수 6번 타자로 선발 오더에 쓰고 있다.
당장의 비판이 있을 순 있지만, 그 비판을 사령탑이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고, 선수 역시 사령탑의 뚝심으로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리기를 바라고 있다. 성장을 위해서는 성장통은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는 것을 그동안의 사례들을 통해서도 알고 있을 터. 지난 11일 사직 두산전을 앞두고 양상문 감독은 “다 이겨내야 (좋은)선수가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웃으며 한동희에 대한 믿음과 격려를 넌지시 전했다. 그에 앞서 취재진과의 자리에서도 “어린 선수들이 겁 없이 살아야 한다”는 말로 한동희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을 향해 힘을 실었다.
지난해는 시즌 초반 맹타 이후 수비에서의 결정적 실책들로 인해 스스로 안정을 찾지 못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기대를 증명하지 못했다. 지난해 87경기 타율 2할3푼2리(211타수 49안타), 4홈런 25타점의 성적에 머물렀고 적은 수비 횟수에 비해 비교적 많은 12개의 실책을 범했다.
올 시즌에도 초반 경기에 영향을 미쳤던 실책들이 있었지만, 신인으로, 2년차로 2년 연속 개막전 선발 3루수로 출장한 것만 봐도 그 기대와 잠재력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올 시즌 역시 지난해처럼 한동희는 초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이라면 지난해 실수를 한 뒤 다소 의기소침하던 모습에서 올해는 좀 더 스스로도 씩씩하게 이겨내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모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성격이지만 올해는 좀 더 의연하게 지금 겪고 있는 성장통을 이겨내려는 모습을 덕아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젊은 선수가 눈에 들어오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성향으로 야구계에서도 유명한 양상문 감독의 지도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기용법이다. 과거 롯데 감독 시절에도 강민호(현 삼성), 장원준(현 두산) 등을 그만의 방법으로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게끔 발판을 놓았다. LG 감독 시절의 채은성도 마찬가지다.
과연 양상문 감독의 뚝심은 한동희의 성장통에 치유제로 작용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