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30)의 ‘시즌2’가 더 강력해질 분위기다. 지난해 불안요소였던 2가지, 음식 적응과 선발 전환에 노하우가 생겼다.
지난해 KBO리그에 진출한 산체스는 음식 문제로 고생을 치렀다. 입이 짧은 그는 낯선 한국의 음식에 잘 적응하지 못해 시즌을 치를수록 몸무게가 줄었다. 시즌 중반에는 10kg 가량 줄어들기도 했다. 매운 음식이 가장 고역이었다고. SK 관계자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산체스가 미국에서 뛸 때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힘들어 했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한 시즌을 뛰면서 점점 한국 음식에 적응했다. 이제 라면, 치킨, 돼지고기, 소고기 모두 잘 먹는다고 한다. 단 특정 브랜드, 특정 조리법을 편식하는 편이다. SK 라커룸에서 컵라면을 들고 다니는 산체스의 모습을 곧잘 볼 수 있다. SK 관계자는 “산체스가 이제 O깨라면 마니아가 됐다. 치킨도 즐겨먹는 것이 따로 있다”며 “소고기는 (스테이크보다는) 얇게 썰린 고기를 구워 먹기 좋아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산체스는 음식과 함께 미국에서 불펜으로 뛰다 SK에 와서 선발로 전환하면서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다. SK 데이터분석팀은 “시즌 초반에 비해 시즌 중반에 산체스의 직구 구위(회전수, 구속 등)가 떨어졌다. 직구 대신 변화구 위주로 던지면서 상대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에 잘 맞았다”고 분석했다.
산체스는 지난해 4월에는 6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13으로 특급 투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여름으로 갈수록 지쳤고 전반기 18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3.42로 마쳤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11경기 1승 5패 평균자책점 8.78로 부진했다. 시즌 막판 재충전과 조정을 거쳐 포스트시즌에서 중간 계투로 기여했고, 재계약에 성공했다.
산체스는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SK 유니폼을 입은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8이닝 동안 단 87구만 던지며 4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자신의 개인 최다 이닝. 최고 154km의 직구(34개)와 140km 초반의 컷패스트볼(16개) 위주로 정면 승부를 펼쳤다. 공격적인 피칭과 직구 구위가 좋아 뚝 떨어지는 커브(21개)와 포크(15개)는 상대 타자의 헛스윙과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산체스는 경기 후 "완봉 기록은 아쉽지 않고, 8이닝을 잘 던진 것에 만족한다"며 "지난해는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첫 시즌이었고, 올해는 작년 경험을 살려 철저히 시즌 준비를 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염경엽 감독도 "공격적인 피칭을 주문하고 있고, 지난해 경험으로 더욱 노하우가 생겼다"고 칭찬했다.
초반 4경기(24이닝)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13으로 지난해(4경기 3승 평균자책점 1.04)와 비슷한 페이스다. 한국 음식도 잘 먹고, 선발에 어느 정도 적응한 산체스가 보여줄 앞으로 피칭이 더욱 기대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