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방이 잘해야” 현실로 드러난 김태형 감독의 근심 [오!쎈 현장]
OSEN 허행운 기자
발행 2019.04.13 06: 19

[OSEN=잠실, 허행운 인턴기자] 김태형 감독의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12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진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의 팀간 첫 맞대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LG 입장에서 이 승리의 1등 공신은 역시나 ‘토종 에이스’ 차우찬이었다. 올 시즌 최다 이닝(7이닝), 최다 투구수(101구)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 두산을 상대로 한 ‘134구 완투’에 이어 또 한번 LG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하지만 두산 입장에선 분명 아쉬움이 남는 경기다. 상대 선발 차우찬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막힌 경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차우찬에게만 총 7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얻어내면서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는 찬스가 두산에게 찾아왔지만, 그 모든 기회를 놓쳤다. 병살타가 2번이나 나왔고, 득점권에서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어이없는 주루사도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다
1차전을 시작하기 전 인터뷰에서,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경기 전 한 조를 이뤄 타격 연습을 하고 있는 김재호-오재원-허경민을 바라보며 “저 3인방이 잘해야할텐데…”라는 푸념을 늘어놨다. 최근 세 선수 모두 좀처럼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 선수는 두산에서 50타석 이상을 소화한 야수 중 현재 1군에서 말소된 오재일을 제외하고 타율이 가장 낮은 3명이다.
세 선수 중 그나마 이날 김태형 감독의 쓰린 마음을 달래준 선수는 허경민이었다. 허경민은 이날 공수에서 제몫을 해줬다. 1회말 채은성의 파울플라이를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로 잡아냈고, 4회에는 정주현의 잘맞은 타구를 좋은 핸들링으로 건져내며 투수를 도왔다. 공격에서는 선두타자로 등장한 세 번의 이닝 중 두 번이나 안타로 출루하며 제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남은 두 명의 선수, 오재원과 김재호는 김태형 감독의 걱정대로 이 경기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오재원의 경우, 1회말 보여줬던 수비가 아쉬웠다. 양 팀 모두 준수한 선발 투수가 올라온 만큼 선취점의 중요성이 큰 경기였다. 하지만 1회말 1사 1루에서 병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다소 당황스러운 송구를 보여줬다. 왜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면서 두산은 허무하게 선취점을 허용했다.
만약 그 때 선취점을 내주지 않았다면 경기가 어떻게 흘러갔을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오재원은 타선에서도 2타수 무안타로 1삼진으로 침묵하며 타율이 1할 6푼 3리까지 떨어졌다.
또다른 걱정의 대상 김재호도 이날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좀처럼 타격감을 되찾지 못했다. 김재호는 시즌 45타수 5안타로 타율은 오재원보다 낮은 1할 3푼 7리까지 추락했다. 특히 4회초 2사 1,2루 득점 찬스에서 초구에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타석이 안타까웠다.
물론 온전히 이 두 선수 때문에 경기를 진 것은 아니다. 병살타를 기록한 페르난데스와 정수빈도 있었고 결정적인 주루사를 당한 박건우도 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이 특별히 이 선수들에 대해 근심을 드러내는 이유는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이 11승 6패라는 좋은 성적으로 2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진이 눈에 뚜렷하게 띄지 않았을 뿐이다. 두산의 내야를 구성하는 이 주축 선수들이기 때문에 여전히 김태형 감독은 그들을 믿어주고 있다. 언제 이 베테랑 키스톤 콤비가 그 믿음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인지가 앞으로 두산의 중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luck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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