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달성한 해는 2016년이다. 2016 롤챔스 서머 스플릿에서 우승을 놓쳤지만, 당해 롤챔스 스프링 우승과 MSI, '2016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키면서 왕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로부터 햇수로 3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승 불패의 신화가 2017년 막을 내렸고, 지난해 야심차게 출발한 김정균 체제는 그동안 걸어왔던 SK텔레콤의 커리어가 통째로 흔들릴 정도로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SK텔레콤은 포기하지 않았다. 1년의 시행착오를 토대로 정확하게 LCK시장을 분석해 첫 번째 목표였던 롤챔스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단순하게 완성형 선수들을 끌어모은 '투자' 뿐만 아니라 다시 기량을 끌어올리는 '인내'의 과정을 거쳐 LCK팀들에게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SK텔레콤은 13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그리핀과 결승전서 '테디' 박진성의 신들린 듯한 이즈리얼 활약 뿐만 아니라, 기로의 순간 마다 선수 전원이 슈퍼 플레이를 연달아 터뜨리면서 3-0 승리를 거뒀다. 정규시즌 그리핀과 두 차례의 맞대결서 패배하면서 남겼던 앙금을 말끔하게 털어내면서 롤챔스 통산 일곱번째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때마침 팀은 창단 15주년을 맞이해 두 배로 기쁜 결과를 이끌어냈다.

지난해에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2018 롤챔스 스프링은 우여곡절 끝에 4위로 마무리했지만, 서머 스플릿은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인 7위로 끝내면서 고개를 숙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롤드컵 선발전까지 젠지에 밀리면서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에 SK텔레콤의 자리는 없다'는 불명예스러운 징크스까지 생겼다.
육성 기조를 심으려고 했던 김정균 감독의 첫 시도가 무참하게 꺾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2017 롤드컵 챔피언인 젠지나, 지난 여름 LCK에 입성한 신입생 그리핀의 돌풍까지 어우려지면서 김정균 감독의 지도력까지 의심을 받는 처지가 됐다.
가슴 시린 1년을 보내고 난 뒤 SK텔레콤은 과감한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우선 간판스타인 '페이커' 이상혁을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역대 최고 연봉을 제시해 주저앉혔다. 3년 계약으로 사실상 SK텔레콤 원팀맨이 되게 만들었다. 이상혁을 중심으로 '칸' 김동하, '클리드' 김태민, '테디' 박진성, '마타' 조세형까지 FA시장에서 영입 0순위에 해당되는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스토브리그에서 숱한 화제를 뿌렸다.

'드림팀'을 꾸리는데 성공한 SK텔레콤의 첫 행보는 불안했다. 첫 무대로 기대를 한껏 모았던 '2018 LOL KeSPA컵'은 담원과 경기서 발목을 잡혔고, 본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정규시즌에서는 그리핀에 1라운드 철저하게 완패를 당했다. 순위 경쟁에서도 샌드박스에 밀리면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세운 대책은 무작정 '투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 '인내'가 더해졌다. 완성형 선수들의 기량을 더 끌어올렸다. '제패제파' 이재민 코치와 '플라이' 김상철 코치, 김정균 감독이 혼연일체가 되어 선수들에게 매달렸다. 그러면서 서서히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2라운드부터 팀 호흡에 변화가 생겼다. 선수들의 개인기 위주의 화려함보다는 조직력의 색깔이 드러나면서 역전을 만들어냈고, 안개가 자욱했던 팀의 미래를 양지로 끌어냈다.
시즌 막바지까지 선수들을 독려하던 김정균 감독의 매서운 채찍도 사랑의 신뢰로 변화했다. 조심스럽던 인터뷰 자세는 어느새 선수들의 기량에 대해 믿음이 가득한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

감독으로 첫 결승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은 김정균 감독은 "지난해 선수 중 남아있는 선수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다. 작년에 감독을 처음 맡으면서 실수를 한 부분이 크다. 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시행착오를 인정하면서 "항상 열심히 해준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정말 고맙다. 우승한 이유는 우리가 더 간절했고, 더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한다. 코치들과 선수들에게 더 고맙다"라고 감독 김정균의 첫 우승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선수들과 코치를 내세웠지만, 김정균 감독이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결과였다. 여기다가 SK텔레콤이 선수단을 믿고 기다리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대망의 롤챔스 일곱번째 우승은 우연히 나온 결과가 아니었다. 이제 다시 내디딘 '왕가 재건'의 첫걸음, SK텔레콤이 2016년의 영광을 재현할지 궁금해진다. / scrapper@osen.co.kr
[사진] 잠실실내체=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