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승리' 양승철, 열배의 절실함 백배의 노력 [오!쎈 스토리]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9.04.14 09: 02

열배의 절실함과 백배의 노력이었다. 
지난 13일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 인천SK행복드림구장. 처음보는 얼굴의 KIA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키가 훤칠하고 체격도 육중했다. KBO 홈페이지에서 프로필을 살펴보니 193cm 108kg. 마운드에 서 있으니 마치 장대벽이 서 있는 것 같았다. 이름은 양승철. 나이는 1992년 생 27살이었다. 군복무까지 마친 진짜 대졸 신인이다. 2019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낙점을 받았다. 
스코어는 1-4. 전날 KIA 마운드는 5시간 17분짜리 연장 혈투를 벌이느라 투수들을 소진했다. 급하게 마운드 수혈이 필요했다. 이날 2군에서 박정수와 양승철을 불러 올렸다. 고졸 신인 김기훈은 4회를 버티지 못했다. 박정수가 2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고 양승철이 바통을 이었다. 타자들이 SK 박종훈과 서진용에게 1득점에 그쳐 지는 분위기였다. 세 투수만으로 경기를 끝내도 감지덕지였다. 

KIA 대졸신인 양승철이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SK를 상대로 데뷔등판해 첫 승을 따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데뷔전에 나선 양승철의 구위만이 남은 관전 포인트였다. 그런데 작은 반전이 일어났다. 7회부터 8회까지 SK 타자들을 1안타만 내주고 깔끔하게 막았다. 147km짜리 힘 있는 직구를 던졌고 슬라이더도 예리했다. 볼을 놓는 타점이 높아서인지 SK 타자들이 공략을 못했다. 군더더기 없는 데뷔전이었다. 
더 큰 반전은 9회초 일어났다. 풀 죽었던 방망이가 확 살아났다. SK 소방수 김태훈을 상대로 사구와 안타,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격하더니 안타와 집요한 승부를 펼쳐 만루까지 만들었다. 급기야 대타 한승택이 좌월 만루홈런을 터트리는 믿기지 않는 역전극을 연출했다. 갑자기 신인 투수에게 승리 요건이 생겼다. 
양승철은 9회도 등판해 선두타자를 잡았으나 최정에게 안타를 맞았다. 뒤를 이는 임기준과 이민호가 두 타자를 막고 승리를 지켰다. 진짜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낸 주인공이 됐다. 동료들은 더그아웃에서 축하 인사를 건넸다. 갑자기 극적인 역전승의 주역으로 양승철의 존재가 클로즈업됐다. 첫 승은 행운이 아니었다. 절실함과 노력의 대가였다.
그는 진흥고를 거쳐 원광대 재학 도중 일반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가 늘지 않았다. 2019 드래프트를 앞두고 주목 받지 못했다. 지명을 받지 못하면 야구를 그만 두어야 했다. 나이고 많고 야구 실력도 출중하지 않았다. 그런데 KIA가 덜컷 4라운드에서 지명하자 깜짝 놀랐다. 당시 그는 자신을 뽑은 조계현 단장을 만나 "지명을 받지 못할 줄 알았다. 야구를 못하는 줄 알았다.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고향 팀의 유니폼을 입은 마음가짐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퓨처스 팀에서 가장 절실하고 가장 훈련을 열심히 하는 선수로 정평이 나있다. 야구만 알고 매일 성실하게 훈련에 매진하니 실력도 늘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롯데와의 퓨처스 경기에서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1군의 발탁을 받은 계기였다. 대학 시절은 152km까지 나왔지만 아직은 고칠 점이 많은 신인이다. 하체를 이용하는 투구, 변화구를 다듬어야 진짜 1군 용 투수가 될 수 있다.   
양승철은 "저처럼 야구를 포기하지 않으면 결과를 얻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 것 같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떨렸는데 팬들의 뜨거운 응원 덕분에 조금은 편하게 투구할 수 있었다. 실점만 하지 않으면 마지막 공격때 기회가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승택이가 만루홈런을 때려내 거짓말 처럼 승리투수가 돼 정말 기분좋다. 어제(12일)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나를 도와주신 것 같다"고 승리의 소감을 말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담겨 있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