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길준영 인턴기자]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시즌이 시작한지 20일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FA 시장에 댈러스 카이클과 크렉 킴브럴이 남아있다. 이들은 오프 시즌에 각각 선발-불펜 최대어로 평가받았다. 무적 신세가 길어지자 카이클과 킴브럴은 최근 새 팀을 찾기 위해 공개적으로 몸값을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오프시즌에는 유난히 많은 연장 계약이 쏟아졌다. 최고의 메이저리그 선수라고 할 수 있는 LA 에인절스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은 12년 4억 3000만 달러(약 4884억 원) 연장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이지만 만약 트라웃이 FA 시장에 나왔다면 그 이상의 계약을 따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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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웃이 FA 시장 진출이 아닌 연장 계약을 택한 것에는 지난 겨울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 계약이 영향을 줬다고 알려졌다. 하퍼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3년 3억 3000만 달러(약 3748억 원), 마차도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10년 3억 달러(약 3408억 원)에 계약했다. 두 선수 모두 3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지만 해를 넘겨 올해 2월말까지 협상을 해야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팀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 아지 알비스와 각각 8년 1억 달러(약 1136억 원), 7년 3500만 달러(397억 원) 연장 계약을 맺었다. 아쿠나 주니어가 받는 1억 달러는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스타 플레이어의 전성기를 포함하는 계약으로서는 상당히 적은 규모의 계약이다. 알비스는 너무 저렴하게 계약해서 큰 논란이 일어날 정도였다.
지난해 사이영상을 수상한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과 블레이크 스넬 역시 소속팀과의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 디그롬은 5년 1억 3750만 달러(약 1562억 원), 스넬은 5년 5000만 달러(약 568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처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FA 영입보다는 어린 선수와의 연장 계약에 더 집중하고 있다. 미국 통계전문사이트 ‘FiveThirtyEight’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11억 2600만 달러(약 1조 2794억 원) 규모에 달하는 연장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FiveThirtyEight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연봉조정 시스템에서 찾았다. 메이저리그는 일반적으로 3년차부터 선수들이 연봉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연봉조정에 들어가면 선수와 구단이 서로 연봉을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와 구단이 서로 원하는 연봉을 제출하고 연봉조정위원회가 두 제시안 중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금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2년간 사례를 보면 선수가 연봉조정에서 승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FiveThirtyEight에 따르면 2년 연속으로 선수가 연봉조정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1989-90년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연봉조정 기간에 있는 선수들의 평균 연봉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구단들은 어린 선수들이 연봉조정 자격을 얻기 전에 저렴한 장기 연장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연장 계약은 미래의 높은 수익을 포기해야 하지만 당장 안정적이고 확실하게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FiveThirtyEight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선수가 연봉조정 신청 자격을 얻기 전까지 연장 계약을 맺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야후스포츠는 ‘서비스 타임’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연봉조정 신청 자격, FA 신청 자격 등은 모두 서비스 타임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구단들은 이러한 제도를 악용해 의도적으로 유망주의 메이저리그 콜업을 늦추고 있다. 선수가 연봉조정 신청 자격, 혹은 FA 신청 자격을 얻는 연도가 1년 늦춰지는 시점까지 콜업을 미루는 것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지난해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며 95경기 357타수 136안타 타율 3할8푼1리 20홈런 78타점으로 마이너리그를 폭격했다. 하지만 이러한 활약에도 토론토는 게레로 주니어를 콜업하지 않았다. 올해도 게레로 주니어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상태다.
반면 게레로 주니어와 함께 메이저리그 정상급 유망주로 평가받는 앨로이 히메네스는 메이저리그 데뷔도 하기 전에 소속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최대 8년 7750만 달러(약 881억 원) 계약을 맺었다. 그가 화이트삭스의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
샌디에이고는 이례적으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크리스 패덱 등 유망주들을 대거 개막 엔트리에 합류시켰다. 하지만 이는 최근 구단이 외부 영입에 크게 투자하면서 당장 성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말그대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야후스포츠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서비스타임이 아닌 나이를 기준으로 FA 자격을 부여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서비스타임 문제로 유망주 콜업이 늦어지는 것을 막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학선수들이 고교선수에 비해 저평가 받는 것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팬층의 고령화, 세계화 부진, FA 한파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무국의 대응은 다소 보수적인 모습이다. 기계적으로 경기 시간 단축에만 집중하는가 하면 오타니 쇼헤이의 등장으로 이도류 선수(투수와 타자를 모두 하는 선수)가 주목받자 오히려 이를 제한하는 복잡한 규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FA 시장의 불균형과 구단의 제도 악용에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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