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김기덕, 사과無 해외 영화 활동→영화계 퇴출 운동 시작(종합)[Oh!쎈 이슈]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4.18 16: 32

 “진실을 밝히려는 목소리는 막을 수 없다.”
김기덕 감독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서울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김 감독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는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박건식 MBC ‘PD수첩’ 피디,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한유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전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2016년 9월 28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그물' 언론시사회에 김기덕 감독이 질문에 귀기울이고 있다./ jpnews@osen.co.kr

먼저 홍태화 사무국장은 '김기덕 감독은 자성하고 즉시 사죄하길 바란다’는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A씨가 가해자에게 바라는 것은 오롯이 진심어린 사과 뿐이었다. 영화인 신문고에서 모든 피해 사실이 확인된 만큼, 김기덕은 그에 응답을 해야 했다”며 “그러나 피해자들의 용기로 제작된 ‘PD수첩-거장의 민낯’에서 김기덕 감독의 짙은 그림자가 온 천하에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고통 받은 어느 누구에게도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언급한 피해자 A씨는 500만 원의 벌금형을 확정 받은 촬영과정에서 발생한 폭행 피해 이외에 강요, 강제추행치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김기덕 감독을 법적 고소한 사건의 고발자.
이어 홍 사무국장은 “영화예술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폭력적인 현장, 뿌리 깊은 인권침해에서 탈피하고, 영화 현장 내 성평등이 뿌리내려질 수 있도록 시작을 해주신 피해자의 뜻을 받아 한국 영화계는 올바른 풍토가 형성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자신이 가진 지위를 이용하여 위력을 행사하는 자들의 진실한 사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강력 대응은 물론, 반성과 사죄조차 하지 않은 몰인식한 자들에 대해서는 영화계 퇴출운동까지 감행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깊게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해주길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도 “2017년 이후 김기덕 감독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증언은 계속 이어져 왔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인 그의 영향력 앞에서 지나간 사실을 입증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와 운명을 같이 하는 영화인들은 여전히 제작현장에서 벌어진 문제적 행위들을 함구함으로써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로 인해 피해자들은 반복적으로 2차 가해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불어 닥친 미투 운동 이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연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돼왔던 성차별 및 성폭력적 행위들을 바꾸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김기덕 감독은 베를린 국제영화제,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피렌체한국영화제 등 국내 여론은 철저하게 무시한 채 사과 없이 해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모스크바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다수의 미투 가해자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 다른 행보로 볼 수 있다.
이에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김기덕 감독이 피해자와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 단체, 방송사를 대상으로 손배소 등의 역고소를 제기하는 것은 성폭력 가해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며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그룹을 약화시켜 실체적 진실을 숨기고 피해자의 일상을 균열 내어 괴롭힘과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2차 피해와 역고소로 인해 위축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여성가족부에서 성폭력 피해자 무료법률 구조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위기센터의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전체 구조건수(195건) 중에 22건, 2018년 전체 구조건수(380건) 중에 81건이 역고소 피해지원이다. 미투운동의 촉발로 인해 역고소 피해 지원을 요청하는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자와 단체들의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김기덕 감독은 2017년 강요, 폭행, 강제추행 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됐고 2018년에는 MBC ‘피디수첩’을 통해 그의 영화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및 성폭력 혐의 들이 폭로된 바 있다. 
방송 후 김기덕 감독은 ‘피디수첩’과 방송에서 증언한 여배우 두 명을 상대로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검찰이 피해자의 증언과 방송의 내용이 허위 사실로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김기덕 감독은 지난 3월 ‘피디수첩’과 여배우A씨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등이 영화단체연대를 꾸렸다. 
이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영화계에서는 2016년 시작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이후로 영화 인들이 직접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영화 촬영 전 성희롱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조직 내 성폭력 및 성평등 관련 규정을 만드는 한편, 영화계 내 성희롱·성 폭력 사건 발생 시 신고할 수 있는 기관도 설립했다. 우리는 더 이상 성폭력을 용인하지 않으며, 어떠한 폭력과 차별도 없는 영화 현장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watch@osen.co.kr
[사진]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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