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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NO→음악 활동"..유희열X제작진이 본 '스케치북' 10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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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저한테는 방송이 아니라 음악 활동의 연장선입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10주년을 맞아 MC 유희열과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역사를 되짚었다. 프로그램 하나를 넘어 한국 대중음악 역사 27년이 담겨 있었다. 

KBS 2TV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스케치북') 제작진은 23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KBS 쿠킹클래스에서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조준희 PD, 박지영 PD와 진행자 유희열이 참석해 MC딩동의 사회 아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1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희열(왼쪽)과 MC딩동(오른쪽)

'스케치북'은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까지 이어지는 심야 음악 토크쇼의 명맥을 잇는 정통 음악 프로그램이다. 2009년 4월 24일 첫 장을 넘긴 뒤, 전작들을 넘어서 최장 기간 방송되고 있다. 

그동안 '스케치북'은 뮤지션에게는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통로로, 시청자에게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했다. 오는 26일 440회를 맞기까지 '스케치북'을 다녀간 뮤지션만 약 950여 팀이다. 

'스케치북'은 모두에게 잊히지 않을 역대급 무대들도 남겼다. 숨겨진 보석 같은 연주자들을 조명한 'The Musician', 걸출한 가수들이 팬을 자처하며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소개한 'The Fan', 출중한 실력을 가졌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너의 이름은' 그리고 전매특허 크리스마스 특집 등 오직 '스케치북' 안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들이 시청자에게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선사해왔다. 

박지영 PD는 "제가 회사를 다니는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재치 있게 '스케치북' 10주년의 기쁨을 표현했다. 그는 "제가 시청자일 때부터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 방송을 이어오는 것도 영광인데 10주년이 남다른 의미인데 같이 할 수 있게 돼 크리에이터로서, 시청자로서 여러 의미로 뿌듯하고 기쁘다. 이 프로그램이 오래오래, 좋게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히고 이어가는 브랜드로서 여러분들이 수고해주시고 있다. 계속 무궁하게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준희 PD 또한 "저도 비슷하다. KBS PD들은 웬만하면 '스케치북'을 연출하고 싶어 하는데 저도 마찬가지였다. 10주년을 함께 하게 돼 더욱 기쁘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음악만 할 줄 알았던 토이 유희열과 함께 프로그램을 하게 돼 기쁘다"고 너스레를 떨며 "KBS에 장수 프로그램이 꽤 많은데 조금 더 해서 '스케치북'이 그런 프로그램들을 따라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말해 주위를 폭소케 했다. 

유희열은 "저희 제작진이 너무 창피하다"고 농담을 건넨 뒤 "1회 녹화가 끝나고 저희 대기실에서 기자 분들 한 8~10분 모여서 간단한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제가 맡게 돼 영광'이라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10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다. 이 자리가 어색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박지영 PD는 "유희열 씨는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게 음악에 대한 전문성과 라디오 진행을 통해 검증된 능력들에 대한 것들도 있지만, 제가 볼 땐 음악을 아끼는 마음이 큰 것 같다. 본인도 이 프로그램에 갖는 애착이 남다르다고 느끼고 있다. 나오는 뮤지션들을 어떻게 대하고, 이 분들과 어떻게 같이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100% 만족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저희 프로그램은 '유희열'이라는 아이덴티티가 갖는 게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 가장 음악 씬에서 대중이 좋아하면서 음악적으로 가치가 있는 걸 프로그램에서 놓치지 않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려고 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장르에 국한이 된다던지, 저희 프로그램에서 처음 데뷔하고 지금 유명해진 분들도 많이 있는데 그걸 계속 유지하려는 제작진과 특히 유희열의 노력과 정성이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희열은 "타 방송, 타 프로그램과 달리 '스케치북'이 살아남은 첫 번째 이유는 개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문세쇼'부터 시작돼 이어지는 명맥이 있다. 저도 그 프로그램들을 통해 처음으로 TV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래서 20년 가까이 지켜온 음악 토크쇼다. '스케치북'은 그 프로그램들 가운데 징검다리다. 아시다시피 시간이 바뀌고 현실이 바뀌면서 제작비, 경쟁성 문제 때문에 위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지켜준 분들이 굉장히 감사하게도 KBS 예능국에 계셨던 많은 감독님들이 이 프로그램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내주셔서 지켜졌다. 시청률, 수익이 많이 높은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년 넘게 흘러온 연결을 여기서 끝내는 건 아쉬운 일이라고 여기 계신 분들이 노력해준 덕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그는 "여기 나온 분들이 한 가지 더 이유"라며 "게스트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스케치북'에 나오는 게 영광이라고 얘기해줄 때마다 우리가 뭐라고 그런 대우를 받나 싶다. 음악계에서 우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까지도 우리들을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해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어 유희열은 "10년 노고는 대단한 게 아니었다. 일하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제작진이 많지 않다. 작가 2~3명에 프로듀서, 옆에 있는 딩동까지 다 회식을 해봐야 10명 남짓 모인다. 그렇기 때문에 일보다는 가족처럼 계속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매주 나와서 게스트를 만나고 하는 게 저에게는 또 다른 음악 활동의 동의어처럼 느껴져서 힘들지 않았다. 또 예전에 TV하기 전에 라디오를 오래 했는데 지금은 라디오를 진행하는 것처럼 '스케치북' 대기실에 앉아있을 때 같은 느낌이 든다. 녹화 끝나고 맥주 마실 때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계속할 수 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가운데 양승동 KBS 사장이 참석해 제작진과 유희열에게 10주년 감사의 의미를 담은 꽃다발을 증정했다. 또한 굳건히 프로그램을 지킨 강승원 음악감독에게도 꽃다발 증정. 양승동 사장은 "'스케치북'이 10년이 됐는데 저도 종종 보는데 KBS 2TV 심야 예능 프로그램 중에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 10년 동안 감사드리고 음악 감독님, 제작진에게 고맙다. 10년 됐고 앞으로도 10년 동안 잘 부탁드리겠다. 우리 '스케치북'을 통해서 유희열 씨께서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제가 보고 싶다.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강승원 음악 감독은 KBS 음악 프로그램의 산 증인으로서 '스케치북' 10주년을 맞은 소감에 대해 "어젯밤 같은데 10년이 갔다. 제가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로 시작했는데 27년 됐다고 하더라. 그것도 후딱 갔다"고 짧게 소감을 밝혀 현장에 웃음을 더했다.  

무엇보다 유희열은 "제가 할 수 있는 TV의 한계가 '스케치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만난 연출자만 26명이더라. 그분들이 다른 프로그램을 하면서 '잠깐만 나와 달라'고 부탁하더라. 사람이 물러 터져서 그런 부탁을 인연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왔더라. 제가 TV, 예능에 큰 야망을 갖고 '이렇게 해야겠다'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다, 하다 보니 운 좋게 이렇게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단적인 예로 '대화의 희열' 시리즈도 '스케치북'을 연출한 감독이 하고 있다. 연출하다가 입봉작으로 '대화의 희열'을 만들겠다고 했다. 다만 음악을 열심히 못해서 자책하는 게 있다"며 '스케치북'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방송 활동에 임한 소감을 말했다. 

또한 그는 "'스케치북'은 지금 저한테는 생활의 중심이다. 예전에 토이로 음악 활동을 할 때도 저는 조금 게을러서 5년에 한 장, 7년에 한 장 냈는데 그때 당시에는 '음악도시'나 '라디오 천국'이 생활의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스케치북'이 생활의 중심이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방송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음악 활동의 또 다른 창구다"라고 한번 더 강조했다. / monamie@osen.co.kr

[사진] KBS 2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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