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년 전이지만 당사자도 믿기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한 이닝 만루 홈런 두 방, 영원히 깨지지 않을 이른바 ‘한·만·두’ 진기록의 주인공 페르난도 타티스(44)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999년 4월23일 다저스타디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이었던 내야수 페르난도 타티스는 LA 다저스 상대로 3회초 두 타석 연속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메이저리그 유일의 멀티 만루포. 상대 투수가 모두 박찬호였다는 점도 이색적이었다.
미국 현지에서도 ‘한·만·두’ 20주년을 맞아 관련 기사들이 여럿 나오고 있다. 워낙 보기 드문 진기록이라 20년이 지나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특히 미국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24일(이하 한국시간) 현역 은퇴 후 고국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지내고 있는 타티스는 전화 통화를 통해 20년 전 ‘한·만·두’의 강렬한 기억을 되돌아봤다.
![[사진] 지난 1999년 4월23일(현지시간) 당시 만루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타티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19/04/24/201904240158774379_5cbfa602ad9e4.jpg)
타티스는 “지금도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질문을 하지만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그런 일이 일어났다”며 웃은 뒤 “두 번째 만루 홈런을 치고 난 뒤 ‘오 마이 갓’이라고 말했다”고 그날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타티스는 “한 경기에서 홈런 2개를 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두 개나 쳤다. 그것도 같은 이닝, 같은 투수 상대로”라며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한거지?”라고 되물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19/04/24/201904240158774379_5cbfa865bbb46.jpg)
당시 다저스타디움 원정에서 홈런을 치고 세인트루이스 홈으로 돌아온 날도 잊지 못한다. 타티스는 “홈에 돌아왔을 때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덕아웃에서 나오는데 경기장 전체 관중들이 일어나 내게 큰 박수를 보내며 기록을 축하했다. 어떻게 감사를 표할 길이 없었다”고 팬들의 환대에 고마워했다.
당시 경기를 중계했던 카니널드 방송인 마이크 섀넌은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천문학적일 것이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지만 이것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고 장담했다. 역대 메이저리그에선 한 경기 2개의 만루 홈런을 친 선수가 13명 있었지만 같은 이닝은 없었다. 타티스가 최초로 아직 남아있다.
타티스는 ‘한·만·두’ 기록 20주년 기념으로 이날 세인트루이스 홈구장 부시스타디움에 초대를 받았다. 그의 버블헤드는 방망이를 들고 스윙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졌는데 공이 두 개나 붙어있다. 만루 홈런 두 방을 의미하는 것. 타티스도 자신의 버블헤드를 들고 기분 좋게 인증샷도 찍으며 그날을 추억했다.
한편 ‘한·만·두’ 기록 당시 생후 백일을 갓 지났던 아들 타티스 주니어는 올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빅리그 데뷔, 주전 유격수로 안착 중이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재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타티스는 “아들은 신이 준 선물이고, 축복이다. 이 기분을 표현할 수 없다”며 매우 기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