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이 뭐예요?" 아이돌 팬인 10대라면 로봇의 한 종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트로트의 줄임말 트롯, 일명 뽕짝. '딴따다 단딴'으로 반복되는 5음계의 아주 간단한 4분의 2박자 대중가요의 통칭이다. 해방전후 한국 가요계를 장악했던 트로트는 이제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 했다. 세상은 지금 어디를 둘러봐도 아이돌 천하니까. 심지어 신문 사회면조차도 아이돌이 (각종 사건사고로)점령하고 있다. 노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트로트는 노병마냥 죽지도 못하고 그냥 사라질뻔 했다. 종편 가운데서도 존재감이 덜했던 TV CHOSUN이 새로운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을 내놓기 전까지는.
트로트가 돌아왔다. 아니 트롯의 깜짝쇼인가. 회를 거듭할수록 반향이 뜨거워지던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이 초대형 사고를 쳤다. 지난 25일 방송된 '미스트롯'은 전국 시청률 14.4%(닐슨코리아 집계)를 돌파했다. 지상파 TV의 인기 드라마나 간판 예능들도 시청률 10% 넘고서 활짝 웃는 게 최근 방송가 풍속도다.
그런데 tVN이나 엠넷, JTBC도 아니고 변방인 TV조선에서 14.4%라면 기적이나 다름없다. 보도자료 내용도 화끈하다. '무려 4주 연속으로 종편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지상파 종편을 아우르는 목요일 밤 드라마 예능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고 했다. 뻥 친다고? 손가락질하기엔 팩트 그대로다. 단순히 시청률 수치뿐 아니라 주요 포털사이트와 SNS에서의 시청자 반응도 함께 뜨거워지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뜨면 당연히 신데렐라가 탄생한다. 스타 탄생의 팡파레를 올리는 게 오디션 프로의 최종 목표이니 당연한 수순이다. '미스트롯'도 벌써 여러명의 트로트계의 아이돌(?) 스타 후보를 내놓았다. OSEN 모니터 기사에 따르면 이날 방송에서는 뜨거운 ‘준결승전 경합’의 1라운드-2라운드가 모두 치러졌고, 마스터들과 관객심사단 그리고 온라인 투표 수치가 종합된 끝에 1위 송가인-2위 정미애-3위 홍자-4위 김나희-5위 정다경이 TOP5에 올랐다. 순위 발표와 함께 방송 현장은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고 한다. 1위 송가인은 주요 검색어 상위권과 많이 본 뉴스 정상을 차지하는 걸로 자신의 존재감을 현실로 입증했다.
갑작스런 '미스트롯'의 돌풍 비결은 진부한 매너리즘 속의 신선함이다. 오디션 프로는 이제 지겨울 정도로 많이 봤다. '슈퍼스타K'의 대성공 이후 온갖 종류의 오디션들이 난무한지 벌써 10년이 넘었으니 베끼기 잘하는 한국 방송가에서 오죽 우려먹었을까. 그래서 오디션 '미스트롯'은 진부하다. 하지만 지나가던 견공도 쳐다보지 않을 듯 했던 트로트로 경연이라니. 소재는 참신했고 도전은 뜨거웠다. 여지껏 설 자리를 못찾아 눈물 흘렸던 트로트 지망생들은 '미스트롯' 무대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여기서 다시 모니터 기사 한 토박. '준결승전 1라운드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레전드 미션이 펼쳐졌고, 가사지가 너덜너덜해지도록 연습해 김연자의 ‘밤열차’를 부른 두리, 장윤정의 ‘블란서 영화처럼’을 한 편의 뮤지컬처럼 아름답게 완성한 하유비, 휘청거릴 정도로 긴장하며 남진의 ‘빈 잔’을 열창한 김희진, 첫 소절부터 관객들의 감탄과 소름을 터트리며 김연자의 ‘수은등’을 뽑아낸 정미애의 무대가 펼쳤졌다'. 이어진 점수 발표에서는 대격변이 일어났고. 출연자들의 절박함과 간절함이 모니터 기사의 한 줄 한 줄에 묻어나는 느낌이다.
지난 2월 28일 첫 방송된 '미스트롯’은 제2의 트로트 전성기를 이끌어갈 차세대 트로트 스타를 뽑자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 지난 18일 방송된 8회는 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전국 기준으로 시청률 12.9%를 넘더니 이날 14.4%란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것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드디어 결승전이 코앞을 두고 있다. 마지막 순간, 트롯의 이변이 어떤 기적을 연출할지 궁금하다. /mcgwire@osen.co.kr
[사진] 포켓돌스튜디오 제공
[사진] TV CHOSUN ‘미스트롯’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