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400번이 넘는 동작을 수행하는 프로게이머들에게 늘상 따르는 고질적인 손목 통증이나 팔꿈치 통증은 참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할 경우 이로 인해 대회에 나서지 못할 정도니 말이다.
'알파고' 김성현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자신의 만성적인 팔꿈치 통증과 싸우고 있었다. 통증을 개선하기 위해 처방한 약으로 인해 얼굴이 부어 체중이 늘은 것 처럼 보였지만,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이제동과 첫 경기 승리를 기뻐하면서 승부의 희열을 더욱 느끼고 싶어했다.
예전 스타리그와 MSL이 공존하던 시절은 아니지만 최근 가장 좋은 기세를 보이며 현존 KSL과 ASL, 양대 리그 우승자 '알파고' 김성현은 '승리'라는 두 글자 외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김성현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역삼동 VSG 아레나에서 열린 '코리아 스타크래프트 리그(이하 KSL)' 시즌3 16강 D조 이제동과 1차전서 3-0 으로 승리했다. 이제동이 1, 2, 3세트 모두 강력한 압박 공세로 김성현 공략에 나섰지만, 김성현은 침착하게 완벽하게 대처하면서 이제동이라는 거물을 승자전 진출의 제물로 삼았다.
D조는 김성현 이제동 정윤종 송병구 등 역대 우승자들이 모여있어 이번 대회서 죽음의 조로 꼽혔다. 경기 후 만난 김성현은 "조가 죽음의 조였는데 1경기를 지면 어렵게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첫 경기를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이겨서 만족스럽다"고 웃으면서 "(이)제동이형이 워낙 공격적인 스타일이어서 초반 수비 연습을 많이 했다. 예상대로 제동이형이 공격적으로 나왔고, 잘 막아내면서 경기가 잘 풀렸던 것 같다"라고 승리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성현은 "그렇지만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1세트 드롭을 당할 때 잔실수가 많이 나와서 피해를 입었다. 예상했지만 피해를 많이 받았다. '미친 저그'인줄 알았던 2세트는 가디언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어떻게 하다 보니깐 막았는데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3세트 배럭스가 깨질 뻔한 순간도 위험했다"며 경기 스코어는 3-0 이었지만 승리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저그전의 극강함을 보이는 그에게 이번 대회 최강 저그로 주목받는 김민철과 맞대결에 대한 예상을 묻자 김성현은 수줍게 웃으면서 피하지 않았다.
"만약 저그가 상대라면 상대가 누구라도 자신있다. 민철이 상대로도 자신있다. 민철이 형이 잘하는 저그지만 자신있다. 이번에도 만난다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김성현이 팔꿈치와 손목 등 통증이 많은 것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 최근 몸 상태를 묻자 김성현은 "팔꿈치 통증이 심해져서 약을 먹고 있는데, 부작용으로 얼굴이 붓고 있다. 약을 먹으면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경기 컨디션이 괜찮았다. 힘들지만 시드도 아깝고 승리의 기분이 좋다"면서 "16강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승리했다. 기세를 이어서 1위로 올라가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