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타디움에서 코디 벨린저(24)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관중들이 일제히 함성을 외친다. “MVP! MVP!”
2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벨린저는 그 이유를 증명했다. 역사적인 4월을 보내고 있는 벨린저는 이날 시즌 14호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하며 LA 다저스의 7-6 역전승을 이끌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홈 3연전을 싹쓸이한 다저스는 최근 4연승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19승11패) 자리를 지켰다.
1회말 첫 타석부터 벨린저의 힘이 돋보였다. 1회초 1점을 먼저 내준 뒤 맞이한 1회말 1사 1,3루 찬스. 벨린저는 피츠버그 선발투수 트레버 윌리엄스의 공을 받아쳐 우측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피츠버그 우익수 그레고리 폴랑코가 펜스 앞에서 잡혔고,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였다. 1-1 동점을 만든 시즌 3번째 희생플라이.

이어 1-5로 뒤진 4회말 추격을 알리는 홈런을 쏘아 올렸다. 윌리엄스의 4구째 몸쪽 낮게 들어온 83.4마일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실투로 보기 어려운 코스, 슬라이더가 잘 떨어졌지만 벨린저의 번개 같은 스윙이 빛났다. 특유의 퍼올리는 ‘골프 스윙’으로 타구를 넘겼다.
시즌 14호 홈런.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와 함께 다시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공동 1위에 올랐다. 아울러 4월이 끝나기 전 홈런 14개를 때린 메이저리그 역대 4번째 선수가 됐다. 앞서 지난 2006년 앨버트 푸홀스,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그리고 올해 옐리치가 달성했다. 경기 후 벨린저는 “매우 특별하다. 대단한 선수들과 함께 있다니, 멋지다”고 기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5회말 헛스윙 삼진으로 한 템포 쉬어간 벨린저는 6-5로 역전한 7회말 1사 1,3루 찬스에서 피츠버그 좌완 불펜 프란시스코 리리아노로 투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으나 3~5구 연속 볼을 골랐다. 이어 6구째 파울 이후 7구째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라인드라이브로 1타점 쐐기 적시타를 만들었다. 리리아노는 1~6구 모두 바깥쪽 낮은 공을 던지며 조심스럽게 다가갔지만 벨린저의 끈질긴 승부 끝에 실투가 나왔다. 큰 타구보다 빠른 타구로 피츠버그 내야 수비 시프트도 뚫었다.
이날까지 벨린저는 타율 4할2푼7리 44안타 14홈런 36타점 30득점 94루타 출루율 .500 장타율 .913 OPS 1.413로 이 부문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삼진(14개)보다 볼넷(17개)이 많고, 심지어 도루도 5개 기록했다. 만화 같은 성적이다. 시즌 30경기, 전체 일정의 18.5%를 소화한 시점에서 어마어마한 누적 기록을 쌓으며 역대급 몬스터 시즌을 기대케 한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4월은 2경기가 더 남아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원정. 이미 94루타로 2008년 체이스 어틀리(85루타)가 세운 3~4월 최다 루타 기록을 바꾼 벨린저는 최다 15홈런 신기록에 도전한다. 타점도 1977년 론 세이의 38타점에 2점 차이로 다가섰다.
경기 후 벨린저는 “어떤 압박감도 없다. 우린 정말 좋은 라인업을 갖고 있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해낼 것이다. 매일 나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재미있을 뿐이다. 매일 경기 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벨린저는 상황에 따라 어떤 타격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슬라이더를 던지는 좌완 투수에게 홈런을 치는 건 쉽지 않다. 그는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 필드 모든 곳으로 타구를 보내고 있고, 삼진보다 볼넷이 많다”며 지금까지 이렇게 꾸준하게 폭발력을 유지하는 선수는 처음 본다고 칭찬했다.

급성장한 벨린저의 맹렬한 질주,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