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팀 선수의 부상에 화가 날 순 있겠지만 상대팀을 향해서는 도를 넘어섰다. 당연히 상대 팀 사령탑도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 양상문 감독은 자신의 팀 스태프와 선수를 향한 폭언을 좌시하지 않았다. 다만, 롯데는 사건의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시즌 5차전 경기에서는 유례 없이 그라운드 내에서 양 팀 사령탑 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감독들의 설전으로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상황은 8회말 발생했다. 2사 1,2루에서 롯데 구승민의 2구 148km 속구가 두산 정수빈의 옆구리를 직격했다. 늑골 쪽을 강타 당한 정수빈은 비명 소리와 함께 드러누웠다. 큰 부상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구승민은 걱정스러운 듯 정수빈을 향해 다가갔고, 공필성 롯데 수석코치도 상대방 선수의 부상을 염려하면서 달려나왔다. 문제는 이후의 상황이다. 김태형 감독이 나와 공 수석코치와 구승민을 향해 무언가 말을 내뱉었고, 이를 지켜보고 들었던 양상문 감독이 격분해서 뛰어나왔다. 양 팀 감독의 대치 상황이 발생했고 양 팀 선수들도 따라 나오며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했다.
중계방송 화면에 잡힌 김태형 감독의 입모양, 덕아웃으로 복귀한 뒤 양상문 감독이 심판진을 향해 어필을 하는 장면에서는 폭언이 오간 것으로 확인이 됐다.
경기 후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서 “구승민을 향해서 ‘투수 같지도 않은 XX가 공을 던지고 있어”라고 김태형 감독이 말한 당시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중계방송에서 잡힌 양상문 감독의 말에도 “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왜 남의 팀 감독이 선수를 향해 욕설을 하느냐, 그래도 되느냐”는 내용이 들렸다.
하지만, 두산 관계자를 통한 김태형 감독의 말은 달랐다. “흥분을 해서 친분이 있던 공필성 수석코치에게 욕설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선수를 향해서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필성 수석코치와 김태형 감독은 1967년생 동갑내기이고, 지난해 감독과 코치로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사구를 맞은 정수빈은 늑골 골절로 판명이 나면서 장기 이탈이 불가피한 가운데, 이제 양 팀 감독 간의 설전, 김태형 감독이 상대 코칭스태프와 선수에게 했던 발언들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단계다.
다만, 양상문 감독의 분노는 당연했다. 김태형 감독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팀 선수의 부상이 민감한 것이 사실이었고, 빈볼에 대한 의심을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한 팀의 수장이 자신의 팀 선수와 스태프를 향해서 도를 넘은 폭언을 한 것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양상문 감독의 덕아웃을 박차고 일어나 분노 했던 것이 당연했다. 자신의 팀 구성원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롯데 구단은 더 이상의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좀 더 확인 절차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는 게 요지. 두산 구단 역시 김태형 감독의 선수를 향한 폭언에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이 진짜 분노한 이유, 김태형 감독이 실제로 어떤 말을 전했는지에 대한 여부는 진실공방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자신의 팀’ 선수를 상대 팀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양상문 감독의 격분은 모두가 이해하는 분위기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