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승리의 원칙은 상대보다 1점만 더 많으면 이긴다는 것이다. 16-0으로 이겨도, 1-0으로 이겨도 똑같은 1승이다.
‘디펜딩 챔피언’ SK는 올 시즌 1점차 승부에서 유난히 강하다. 10차례 1점 차 승부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모두 승리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주 성적이다. 삼성과 2경기는 모두 연장 접전에서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어 KT와 주말 3연전. 2-0 승, 2-1 승, 3-0 승으로 스윕에 성공했다. 5승 중 3차례가 1점 차 승리였다.

SK는 28일까지 30경기에서 125득점으로 팀 득점 9위다. 실점은 115점, 득실차가 고작 +10점에 불과하지만 성적은 20승 9패 1무승부다. +10점으로 +11승을 만들어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두산(21승 10패)은 179득점-114실점으로 득실차가 +65점, SK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승패 마진은 똑같이 +11승이다. 삼성은 145득점-145실점으로 득실차가 ‘0’, SK보다 10점 적지만 성적은 10승 19패로 -9승이다.
SK가 얼마나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야구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세이버메트릭스의 대가 빌 제임스가 고안한 ‘피타고리안 승률'이 있다. 득점과 실점의 차이를 통해 기대 승률을 계산한다.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의 공식은 '득점²÷(득점²+실점²)'으로 피타고라스 공식과 닮아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기대 승률과 실제 승률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데 '피타고리안 승률'에 따른 SK의 기대 승률은 .542다. 실제 승률(.690)은 기대 승률보다 1할5푼이나 높다. 반면 두산은 기대 승률이 .711이지만, 실제 승률은 오히려 낮은 .677이다. 삼성의 기대 승률은 5할이지만, 실제 승률은 .345로 큰 차이가 난다. 이기는 경기에선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지는 경기는 적은 점수 차로 진 것이다. 삼성은 1점 차 승부에서 3승 7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44경기에서 233홈런을 친 SK는 올해는 30경기에서 29홈런으로 확 줄어들었다. 팀 득점은 9위임에도 탄탄한 마운드의 힘으로 접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5인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을 보면, 김광현(3.40) 산체스(2.00) 다익손(3.86) 박종훈(3.31) 문승원(2.18) 모두 안정적이다.
경험이 적은 새얼굴로 재편되고 있는 불펜진이 지금까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마무리 김태훈(평균자책점 5.28)이 초반 3차례 블론세이브로 흔들리자, 서진용(2세이브) 하재훈(1세이브) 정영일 등이 집단 마무리를 가동 중이다. 김택형, 강지광, 박민호 등 신예와 박정배, 박희수, 채병용 등 베테랑들이 번갈아가며 중간을 책임진다.
'피타고리안 승률'은 한 시즌을 치르면 기대 승률과 실제 승률이 거의 비슷해진다고 한다. SK가 득점력을 올리지 못한다면, 실제 승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SK가 두산의 추격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투수들의 힘이 떨어지기 전에 타격이 살아나야 한다. 최정(5홈런 타율 .253), 로맥(5홈런 타율 .223), 한동민(4홈런 타율 .261), 이재원(4홈런 타율 .223)이 타격의 정확도와 장타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