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벅차고 행복하다. (코치님, 팬에게) 감사드린다."
LG 베테랑 투수 심수창(38)이 감격스런 승리를 기록했다. 심수창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9-9 동점인 연장 11회초 1사 1루에서 구원 투수로 올라왔다. 불펜진 7명 중 마지막 투수였다. 볼넷 한 개를 내줬지만 2아웃을 잡고 실점없이 막아냈다.
LG는 연장 11회말 2사 만루에서 이천웅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으면서 10-9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심수창은 2009년 6월 14일 SK전 승리 이후 '3607일' 만에 LG 유니폼을 입고 승리 감격을 누렸다.

참 오랜 시간이었다. 심수창은 이날 승리 전까지 LG 소속으로는 17연패 중이었다. 2009년 6월 26일 SK전 패배부터 그해 7연패를 당했다. 2010년에는 4연패. 그리고 2011년에는 7월말 넥센으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6연패. 3시즌 동안 LG에서 17연패를 당했다.
시즌 도중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그는 2014년 롯데로 이적했고, 2016년에는 한화와 FA 계약을 했다. 지난해 8월 한화는 심수창을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으나 새로운 팀을 찾지 못했다. 지난 겨울 친정팀 LG가 손을 내밀어 8년 만에 LG로 돌아왔다.
지난 19일 잠실 키움전에서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829일' 만에 LG 유니폼을 입고 경기 출장. 심수창은 "긴장을 엄청했다. 16년차인데도 팬들 앞에 서는 것이 부담되더라. (그 때 휴식인 불펜 투수들이 있어서) 긴 이닝을 던져야지 하는 생각 뿐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말했다.

30일 승리 투수가 된 후 심수창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감사'와 '행복' 그리고 '팬'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그는 "LG팬들 앞에서 마운드에 서 있는 것만으로 벅차고 행복하다. 팬들 앞에 설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승리에 대한 느낌은 "얼떨떨하다"였다. LG 유니폼을 입고 17연패를 끊는, 3607일 만에 승리라는 말에 "(17연패) 잊고 있었네요. 역시 승리는 운이 따라줘야 되는 것 같아요"라며 "나는 무엇을 했다 하면 몇 천일이네요”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감사한 마음은 코칭스태프로 향했다. 심수창은 "베테랑이지만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다른 투수들처럼 어얼리워크도 하고, 똑같이 기회를 주신 것에 너무 감사하다"며 "캠프에서부터 도움을 주신 최일언 코치님, 경현호 코치님 그리고 2군에서 도와주신 가득염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소중한 가르침이었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심수창은 이날 연장 11회까지 이어지면서 불펜진(7명)에서 가장 마지막 7번째 투수로 나왔다. 추격조라 등판 간격이나 시점이 정해진 것이 없다. 19일 1군 엔트리에 올라온 그는 이날이 2번째 경기. 그는 "언제 나갈지 모르고 기다리지만, 팀이 이기는데 작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만족한다. 오늘 2아웃을 잡아 모처럼 팀에 보탬이 된 것 같다”고 웃었다. "개인적인 욕심이나 목표는 없다. 보직에 상관없이 오직 팀 승리에 도움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친 심수창은 라커룸으로 돌아가면서도 "그저 마운드에 오르는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라고 써주세요"라고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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