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1구’ 구승민은 정수빈을 가슴에 품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05.01 05: 51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29)은 지난 이틀이 길고도 길었다. 본의 아니게 던진 공 1개로 인해 구설에 휘말리며 마음 고생을 심하게 앓았다.
지난 28일 잠실 두산전, 정수빈을 사구로 맞춘 것이 이유였다. 8회말 구승민의 148km 속구가 정수빈의 등쪽에 꽂히면서 정수빈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후 상황들이 구승민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김태형 감독이 정수빈의 부상에 홧김에 정수빈의 상태를 살피러 나온 공필성 코치를 비롯한 롯데 코칭스태프에게 빈볼 의혹을 제기하며 욕설을 퍼부었고, 이를 지켜본 양상문 감독이 발끈하면서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정수빈의 부상이 생각보다 커진 것이 구승민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늑간 골절에 이어 폐 좌상과 혈흉까지 발견됐다. 양상문 감독은 “빈볼은 오해다. 하늘에 우러러 맹세한다”고 빈볼 논란을 일축했다. 구승민 역시 정수빈이 병원으로 실려간 뒤 진심을 담아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고, 정수빈도 이를 받아주면서 둘 사이의 관계는 원만하게 풀렸다.
하지만 남겨진 구승민은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구단 내에서도 마음이 여리기로 소문난 구승민이기에 지금의 고난과 역경의 시간들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했다. 일단 그 시험대는 바로 마련이 됐다.  
지난 30일 사직 NC전 구승민은 6-1로 앞선 9회초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와 첫 타자 대타 노진혁을 삼진으로 처리한 뒤 김진형을 포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경기를 매듭 지었다. 6개의 공으로 정수빈 사구와 벤치클리어링 사태 이후 첫 등판을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사건 이후 첫 등판. 이 상황이 쉽지만은 않았다. 첫 타자가 좌타자인 노진혁이었기에 같은 좌타자인 정수빈을 맞췄던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NC전이 끝나고 만난 구승민은 “공교롭게도 첫 타자가 좌타자였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부담이 됐다. 그래서 공이 좀 빠졌다”고 마운드에 다시 올라섰을 때의 감정을 설명했다.
정수빈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 구승민의 목소리는 떨렸고, 끝내 울먹이며 취재진을 향해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기에 당황스럽고 미안함 감정이 함께 몰려왔다. 그는 “공 1개가 잘못 가면서 이틀 동안 힘들었다. 당시 맞추고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수빈이에게 다가갔던 것 같다. 나도 타자를 해봐서 사구를 맞았을 때 고통을 알고 있다”고 정수빈을 향해 거듭 미안함을 전했다.
양상문 감독은 “앞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압박받지 않고 했으면 한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구승민 역시 이를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투구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전망이다. 단, 그는 정수빈을 향한 미안함을 언제나 마음 속에 품고 던진다.
구승민은 “(정)수빈이에게 미안하고 또 사과를 받아줘서 너무 고맙다. 미안한 마음 뿐이다. 하루 빨리 나아서 그라운드에서 만나고 싶다”며 “나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 (정수빈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되, 마운드 위에서는 내 공을 던지려고 한다”고 자신의 진심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치렀고 필승조 역할도 소화하며 존재감을 뽐낸 구승민이다. 한층 성장했다고 하지만, 올 시즌은 부침이 있는 것이 사실. 본인이 경기 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논란에 휘말리기까지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 번 더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좀 더 나은 투수가 되기를 스스로 소망하고 있다.  그는 “공 1개가 잘못됐고,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정교하게 제구를 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위의 조언과 전력분석팀의 도움으로 성장의 원년이 됐던 지난해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고 한다. 구승민은 “그동안 변화구나 속구 구위는 괜찮았다. 하지만 볼배합의 비율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슬라이더, 포크볼을 많이 섞었는데 지금은 포크볼 구사 비율이 높아지면서 단조로웠다”며 “상대팀에 파악이 되니 더 힘이 들어가고, 공 끝은 무뎌져서 힘들었다. 이젠 전력분석팀이나 주변에서 구종 배합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주셔서 지난 시즌의 다양했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하며 부진을 만회하고 더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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