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임재형 인턴기자] 우리나라 e스포츠에도 낯설지 않은 ‘승부 조작’은 스포츠맨십을 완전히 부정하는 행위이며, 심할 경우 리그의 존폐를 위협한다. 대다수의 리그 징계위원회는 ‘승부 조작’ 당사자에게 엄벌을 내린다. 그러나 해외 전문가는 “범죄 조직을 소탕해야 ‘승부 조작’을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24일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대만-홍콩-마카오 e스포츠 리그인 ‘LOL 마스터 시리즈(이하 LMS)’에서 ‘승부 조작’이 발생해 연루된 사람들이 모두 중징계를 받았다. ‘드래곤 게이트 팀(이하 DG)’의 소유주 허 웨이지에는 대만 가레나의 조치에 “가레나의 이번 수사가 불공정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진흙탕 싸움이 예상 됐지만 DG의 탑 라이너 ’2188’ 황진롱이 결정적인 증거를 공개하며 DG의 신뢰도는 크게 추락하고 말았다. 황진롱은 자신의 SNS에 “허 웨이지에는 불법 도박과 연루돼 있었다”며 “‘JGY’ 류 양이 얼마나 많은 경기에 관여 했는지 몰랐다. 류 양이 한 경기에 5000위안(약 86만원)을 받았다면,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승부 조작’은 예고 없이 불법 도박과 관련된 범죄자에 의해 발생한다. 지난 4월 2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드 하우만 세계반도핑기구(이하 WADA) 전 국장은 ‘2019 스포츠 승부 조작 및 도박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조직화된 범죄는 스포츠 부패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스포츠 베팅의 세계화는 범죄 단체들이 영역을 넓히고 승부 조작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WADA 재직 당시 데이비드 하우만은 도핑과 ‘승부 조작’을 동일한 스포츠맨십 저해 행위로 판단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범죄 조직과 ‘승부 조작’은 떼기 힘든 관계다. 대만은 지난 1997년 발생한 ‘검은 독수리 사건’에서 야구 선수들과 범죄조직 ‘삼합회’의 결탁이 발견되기도 했다. 결국 ‘승부 조작’의 뿌리를 뽑으려면 리그 관계자를 넘어 배후 세력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 데이비드 하우만은 “아직까지 도핑을 주관하는 WADA처럼 ‘승부 조작’을 감시할 세계 기관은 없다”며 “범세계적인 기관 설립을 두려워 하는 것보다 매를 먼저 맞는게 낫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면 된다”고 전했다.
지난 4월 26일 로이터 통신은 세계 스포츠 베팅 시장이 5000억달러(인터폴 기준, 약 582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베팅 시장의 호황 만큼 많은 ‘승부 조작범’들이 세계 리그 곳곳에 규모와 상관 없이 퍼져있다. 스포츠 데이터 전문 기업 ‘스포츠레이더’는 지난 2015년 캐나다 축구 리그(CSL)에서 60건의 조작 경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승부 조작’의 피해는 고스란히 팬들에게 전달된다. 대만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아픔을 겪었다. 이미 인기가 식어가고 있던 LMS 또한 스프링 통계 사이트 ‘이스포츠 차트’ 기준 2019 스프링 시즌 총 시청자가 전년 동시즌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하며 앞으로의 전망이 어둡다. 팬들이 없다면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는 토대가 사라지게 된다. ‘승부 조작’ 문제의 해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lisc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