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롭지 않다. 연일 엇박자다. 투수들을 뒷받침해야 할 내야진과 포수진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수진의 자멸이 단순히 투수들만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이유다.
롯데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5.83으로 전체 9위에 머물고 있다. 투수진 육성과 성장을 자신했던 양상문 감독을 당혹스럽게 하는 현재 기록들이다. 선발과 불펜 가리지 않고 부진이 반복되면서 승부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세부 지표들로 따져봐도 볼넷 9위(152개), WHIP 9위(1.70) 피OPS 9위(0.828) 등 투수진 전체 지표가 바닥에 머물러 있다.
다만, 롯데 투수진의 기록들 가운데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기록이 있다. 바로 땅볼/뜬공 비율이다. 롯데는 1.18의 수치를 갖고 있고, 이는 리그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뜬공 혁명'의 시대에서 땅볼 아웃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장타 허용 빈도를 줄일 수 있고 투수들의 생존 확률이 높다는 의미. ‘타자 구장’인 사직구장에서 이 수치는 더욱 유의미해질 수 있다.

브룩스 레일리가 1.86, 제이크 톰슨이 1.75로 이 부문 2,3위에 올라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땅볼 유도형 투수들’이다. 팀 전체를 보더라도 1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들 가운데 서준원이 3.20, 장시환 2.31, 손승락 1.08 등으로 땅볼러들이 집합해 있다.
이들은 필연적으로 내야진, 포수진과의 합이 좋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땅볼 유도가 많다는 것은 종적인 무브먼트가 심한 공들을 던진다는 의미다. 투심, 커터 등 변종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 레일리가 투심과 커터에 능하고, 톰슨은 포심 보다는 투심이 자신의 제 1구종이다. 장시환도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에 130km 후반대의 고속 슬라이더를 보유하고 있고, 손승락도 커터를 바탕으로 커리어 내내 땅볼 비율이 높았던 투수다.
외야보단 내야로 타구가 향할 확률이 높기에 내야진은 언제나 긴장해야 하고, 포수진들 역시 무브먼트를 신경쓰고 프레이밍을 해야 한다. 집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롯데가 갖고 있는 높은 땅볼 비율이라는 기록을 극대화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동의할 수 없는 게 롯데의 현실이다. 현재 투수진과 내야진, 포수진의 합은 완전히 어긋나고 있다는 게 기록으로 나타난다.
현재 28개의 실책을 범했고, 내야진과 포수진이 범한 실책은 20개다(투수 4개, 외야 4개). 많은 땅볼 타구들이 내야진으로 향하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투수진 역시 불안함에 자신의 공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
지난 2일 사직 NC전, 3일 사직 SK전 이틀 연속 내야진에서 실책(혹인 실책성 수비)들이 연거푸 나오면서 투수들을 전혀 돕지 못했다. 이틀간 롯데가 범한 실책은 5개에 달했다. 모두 내야진에서 아웃카운트를 추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며 투수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포수진 역시 마찬가지다. 무브먼트가 심한 공에 언제나 긴장을 해야 하고, 종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변화구들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어야 투수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2경기 동안 롯데 투수진이 범한 폭투는 무려 6개다. 투수들의 책임도 일정부분 있지만, 포수진의 블로킹 미스로 인한 ‘공짜 진루’가 숱하게 나왔다. 실점 확률을 스스로 높였다.
비단 2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롯데 투수진은 무려 34개의 폭투를 범하고 있는데 이를 온전히 투수의 책임으로 전가하기에는 비약이 많다. 포수진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내야진과 포수진이 투수들과 불협화음을 내면 낼수록 투수들은 더욱 완벽한 공을 던지기 위해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결국 타자와의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리는 등의 악순환은 꼬리를 물고 반복된다. 볼넷과 피OPS 등 투수진 부진을 온전히 투수들만의 책임이라고 돌리기엔 동료 야수들의 도움이 미약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