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허행운 인턴기자] 강정호(32・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깊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강정호는 4일(이하 한국시간) 펼쳐졌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맞대결에 7번 3루수로 선발 출장했으나 4타수 무안타로 침묵, 시즌 타율은 1할 5푼 2리까지 떨어졌다.
차갑게 식어있는 방망이도 문제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그나마 믿었던 3루 수비에서 연달아 실책을 범하면서 주전 경쟁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강정호는 1-0으로 피츠버그가 앞선 2회초, 선두타자 크리스 데이비스의 땅볼 타구를 잘 잡았지만 1루 송구가 높게 뜨면서 아웃 카운트를 늘리지 못했다. 이 실책으로 허용한 주자는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됐다.
두 번째 실책은 같은 이닝에 바로 나왔다. 1-4로 리드를 내준 무사 2루, 브렛 앤더슨의 번트가 나왔고 투수 조 머스그로브는 3루 송구를 선택했다. 하지만 2루 주자가 재치있게 3루 진루를 애초에 포기한 상황. 강정호는 그 송구를 받아 곧바로 타자 주자를 잡기 위해 송구를 뿌렸지만 이번에는 원바운드 송구실책이 나오면서 무사 2,3루 기회를 상대에 제공했다.
강정호가 올시즌 주전 3루수로 발탁된 이유에는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무서운 홈런 페이스도 있었지만, 안정적인 수비력도 빼놓을 수 없었다. 3루 경쟁자 콜린 모란이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65이닝 5실책을 범한 반면, 강정호는 91이닝 동안 2실책으로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국 개막을 앞두고 주전 3루수로 낙점됐다.
실제로 피츠버그 복수 지역 매체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강정호가 주전 3루수를 차지한 것은 수비 덕”, “여전히 좋은 움직임과 2015-16년에 선보인 강하고 정확한 송구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그의 빈타에도 불구하고 수비 능력을 인정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날 치명적인 송구 실책 두 개는 강정호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비 장점 마저도 잃어버릴 수 있는 위기에 처했음을 암시하는 신호가 됐다.
강정호는 이날 경기 전까지 176⅔이닝 동안 실책이 1개 뿐이었지만, 잇따라 2개의 실책이 나오면서 팀 내 실책 수 공동 1위에 올랐다. 모란도 올시즌 82⅓이닝 동안 3실책을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타율 2할 4푼 6리로 강정호보다 훨씬 나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수비마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면 모란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인 상황.
실제로 강정호에게 이날 오클랜드전은 지난 2경기에서 선발 3루수 자리를 모란에게 내준 후, 다시 기회를 부여 받은 경기였다. 어떻게든 좋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주전 입지를 굳혀야 했던 경기였지만, 그는 부진의 늪에서 결국 헤어나오지 못했다. 과연 강정호를 향한 피츠버그 구단의 믿음과 인내는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강정호가 주전 자리 확보를 위해서는 이 부진을 탈출할 극적인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luck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