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약속 지켜 뿌듯하다."
부천FC가 먼저 2골을 내주고 끌려가다 종료 직전 2골을 몰아치며 FC안양과 극적인 무승부 드라마를 만들었다. 부천은 5일 오후 부천종합운동장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19' 10라운드 안양과 홈 경기서 후반 추가시간 문기한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거뒀다.
부천의 극장승부를 만든 주인공은 베테랑 미드필더 문기한이었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4분 자로 잰 듯한 오른발 중거리포로 안양의 골네트를 갈랐다. 어린이날 경기장을 찾은 홈 팬들로부터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본인에게도 의미 있는 골이다. 2013년 5월 5일 수원FC를 상대로 K리그 데뷔골을 터트렸던 문기한은 6년 뒤 같은 날 특별한 골맛을 봤다. 2017년 10월 8일 안산전 이후 575일 만에 K리그서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문기한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서 “이기지 못해 아쉬웠다. 5월 5일이고 어린이들에게 승리를 안겨주고 싶었는데 비겨서 조금 아쉽다”면서 “선수들에게 계속 두드리면 골이 들어갈 거라고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오랜만에 골을 넣은 게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기한은 아내이자 구단 직원으로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는 윤나리 씨와 약속도 지켰다. 문기한은 "5일은 내가 K리그 데뷔골을 넣은 날이다. 아내가 오늘 또 골을 넣으라고 기도를 많이 해줬는데 약속을 지켜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문기한은 주장 김영남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구심점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문기한은 “감독님이 김영남의 부상 이탈로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 달라는 말을 많이 했다. 경기장 안에서 집중하지 못할 때 다그치고 이끌어 달라는 주문이었다”며 "0-2서 선수들에게 계속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우린 쉽게 지지 않는 힘이 있다. 끝까지 하자고 했던 게 동점골로 이어졌다”고 비결을 전했다.
부천은 값진 무승부 속 희망을 얻었다. 안양은 최근 리그 3연승, FA컵을 포함해 파죽의 4연승을 내달리는 팀이었다. 상승세의 팀과 명승부를 연출하며 향후 행보를 기대케 했다. 문기한은 “선수들에게 지금은 중위권, 중하위권에 있지만 우린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항상 얘기한다”며 "말론도 골 장면이 나왔지만 아쉽게 비디오판독으로 취소됐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자신감이 좋아지는 것 같다. 0-2를 뒤집었던 경험이 시즌을 치르는 동안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희망을 노래했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