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 잃은 대구의 돌풍이 점점 거세진 이유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9.05.09 06: 30

원팀으로 똘똘 뭉친 대구FC의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가 ACL 단골손님 멜버른 빅토리(호주)를 혼쭐냈다. 대구는 지난 8일 밤 DGB대구은행파크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F조 조별리그 5차전 홈 경기서 멜버른을 4-0으로 대파했다. 8355명의 관중들이 대팍을 찾아 승리 기쁨을 함께 누렸다.
이로써 대구는 승점 9를 기록하며 산프레체 히로시마(승점 12)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대구는 오는 22일 3위 광저우 헝다(승점 7) 원정길에 올라 조별리그 최종 6차전을 벌인다.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중원사령관 세징야 없이도 대구발 돌풍이 지속된 원동력은 원팀에서 찾을 수 있다. 감독부터 선수단 전체에 누가 나와도 제 몫을 해준다는 믿음이 있다. 에드가가 빠졌을 땐 지금은 군입대한 김진혁(상주)이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세징야가 이탈했을 땐 ‘달구벌 아이돌' 정승원이 훌륭히 빈 자리를 메웠다.
멜버르전 쐐기골 장면은 선수층이 얇은 대구가 잘 나가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후반 나란히 교체투입된 김준엽과 정선호가 대승을 매조지었다. 후반 24분 들어간 김준엽이 우측면서 크로스를 올리자 정선호가 후반 38분 그라운드를 밟은 지 1분 만에 쐐기골로 연결했다.
백업 자원서 핵심으로 발돔움한 장신 수비수 정태욱도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 남다른 피지컬로 악착 같은 수비는 물론, 골까지 넣으며 ‘수트라이커’ 면모를 과시했다. 1-0으로 앞선 후반 8분 헤더가 골키퍼에 막히자 문전 쇄도해 리바운드 슈팅으로 기어코 멜버른 골네트를 갈랐다.
올 시즌 대구의 가장 큰 강점은 누가 빠지고 누가 들어와도 좀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세징야가 전열에서 이탈한 뒤에도 3연승을 달렸다. 안드레 대구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잘해줘서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캡틴 한희훈과 부주장 세징야를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고 멜버른전 무실점을 이끈 홍정운은 “우리는 항상 원팀으로 준비가 잘 돼 있다. 누가 들어오든 묵묵히 역할을 잘해줘서 크게 리드하고 있어도 또 골을 넣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고 대승 비결을 밝혔다.
대구는 리그 2연승을 포함해 최근 3연승을 하는 동안 클린시트(무실점)를 이었다. 강원과 상주를 각각 2-0, 1-0으로 잡은 데 이어 멜버른을 4-0으로 돌려세웠다. 히로시마전 0-1 패배를 제외하면 최근 6경기 무패다. 6경기 중 5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쳤고, 12골을 넣는 동안 1실점으로 막았다.
홍정운은 “대구는 누구 한 명 빠진다고 해서 무너질 팀이 아니다. 누가 들어와도 무실점을 이어가며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가 잘하는 걸 앞으로 더 잘한다면 16강은 물론이고 더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구는 꿈만 같던 3관왕을 향해 한 걸음씩 발걸음을 전진하고 있다. K리그에선 전북(승점 21)과 울산(승점 20)에 이어 깜짝 3위(승점 19)에 올라있다. ACL은 사상 첫 참가 만에 16강행을 바라보고 있다. 2연패를 노리는 FA컵도 16강에 진출해 있다. 3개 대회를 병행하고 있지만 정작 선수들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홍정운은 “모두가 힘들다고 하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질 수밖에 없지만, 괜찮다고 하면 괜찮아질 수 있다. 팀원 모두가 해보자는 생각으로 훈련과 경기에 임하고 있다”며 체력적인 어려움을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원은 "3~4일 간격의 경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들이 많아 체력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살인 일정을 견디는 비결을 전했다./dolyng@osen.co.kr
[사진] 대구=박준형 기자 sou1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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