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에게 미안했던 터너, "내가 가제트 팔이었다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05.09 09: 22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6년 만에 완봉승을 거둔 날, 베테랑 3루수 저스틴 터너(35)에게도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8일(이하 한국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홈런 3방을 터뜨렸다.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3홈런 경기. 터너의 화끈한 타격 지원 속에 류현진도 9이닝 93구 완봉승을 작성했다. 
그런데 터너는 경기 후 류현진에게 미안함을 나타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터너는 경기에 몰입한 나머지 류현진이 5회까지 퍼펙트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을 몰랐다. 6회초 애틀랜타 선두타자 타일러 플라워스가 좌전 안타를 치며 류현진의 퍼펙트 행진을 깼다. 

LA 다저스 저스틴 터너(왼쪽)와 류현진. /dreamer@osen.co.kr

공교롭게도 플라워스의 안타는 3루수 터너 옆으로 빠졌다. 터너가 몸을 날리며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타구는 좌익수 앞으로 빠져나갔다. 첫 안타를 허용하자 다저스타디움 관중들이 기립박수로 류현진을 격려했고, 그제야 터너는 퍼펙트 행진이 중단된 것을 알았다. 
자리에 주저앉아 아쉬움을 드러냈던 터너는 경기 후 당시 상황에 대해 “점수판에 ‘1’이 번쩍이는 것을 보니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며 “(퍼펙트 중이란 것을 알았다면) 몸을 던져 가제트 팔이라도 써야 했다”고 자책했다. 만화영화 ‘형사 가제트’의 만능팔이 되어서라도 류현진을 돕고 싶은 마음이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더그아웃에서 저스틴 터너와 포옹을 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이어 터너는 “류현진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 지난해 사타구니 근육이 찢어져 두 달간 결장하지 않았다면 사이영상 후보가 됐을 것이다”며 “류현진은 아주 과소평가됐지만 그는 주변 평가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 그만큼 높은 평가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치켜세웠다. 
다저스로선 류현진의 완봉승 못지않게 터너의 부활이 고무적이다. 터너는 시즌 첫 25경기 타율 2할5푼 22안타 무홈런 9타점 OPS .649로 주춤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만큼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최근 10경기 타율 4할1푼5리 17안타 4홈런 8타점 OPS 1.211로 완연한 상승세. 시즌 전체 성적도 타율 3할2리 4홈런 17타점 OPS .825, 점차 터너에 어울리는 수치로 향하고 있다. 
LA 다저스 저스틴 터너(왼쪽)와 류현진. /dreamer@osen.co.kr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5월로 넘어가자 터너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모든 면에서 정말 보기 좋다. 3홈런 경기로 정상 궤도에 올라왔다”고 터너의 부활을 반겼다. 터너도 초반 부진에 대해 “무엇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부진했던) 4월이 끝나 기쁘다. 지난 몇 주 동안 강한 타격으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 타이밍도 잘 맞고, 배럴 타구도 많아졌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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