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생’을 꿈꾸는 ‘미생’ 김수안, “매 순간 절실하게 살고싶다” [인터뷰]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9.05.09 15: 00

완생을 꿈꾸는 미생. 김수안(울산 현대)의 목소리에는 절실함이 묻어 나왔다.
김수안의 이름 석 자는 아직 축구 팬의 뇌리에 제대로 각인된 이름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4년 울산에 우선 지명으로 입단했다. 하지만 ‘명문’ 울산에서 신인이 자리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입단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울산 미포 조선, 강원FC, 충주험멜 등 여러 구단에서 떠돌이 생활을 보냈다. 다시 2017년 울산에 돌아왔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2019년은 그에게 기회의 시간이 되고 있다.

[사진] 연맹 제공.

김수안은 지난 4월 10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리그 3차전서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헤더 결승골로 팀의 1-0 승리를 이끌며 세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울산 클럽 하우스에서 만난 김수안은 “가와사키전 이후로 팬들이나 언론의 관심이 늘어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불안하기도 했다. 관심을 받는 만큼 활약을 해야 한다는 고민에 빠졌다. 사실 내가 검증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김수안은 “사실 내가 골을 자주 넣는 선수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가와사키전 골장면을 계속 돌려봤다. 지금도 심심하면 본다. 중요한 상황에 들어간 골의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자주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다”고 미소를 보였다.
가와사키전 결승골로 관심을 받았던 김수안은 리그에서는 수비수로 기용되고 있다. 그는 “원래 어릴 때부터 수비수와 공격수를 번갈아 가며 뛰었다. 키를 살려서 막바지 시간에 한 방을 노리는 역할에 익숙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도훈 감독은 평소 공석이나 사석에서 “참 열심히 하는 선수다”라고 김수한을 언급한 바 있다. 가와사키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김도훈 감독은 김수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시울을 붉히며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결실을 맺었다. 나에게 와서 꼭 안아줬다”고 언급했다.
[사진] 연맹 제공.
김수안 역시 자신에게 신뢰를 준 김도훈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입단 이후 제 자리를 잡지 못했다. 4년차가 되는 2017년 사실 울산에 복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구단에 기회를 요청하니 김도훈 감독님과 만남을 주선했다”고 회상했다.
2017년 다시 울산에서 뛰게 된 김수안은 총 17경기(K리그1 12경기, R리그 5경기)에 나서며 조금씩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그는 “김도훈 감독님 덕에 울산에서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항상 감사함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2018년은 달랐다. 이 시즌에 김수안은 K리그1 1경기 교체 출전에 그쳤다. 이마저도 12월 리그 최종전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8분 가량 나선 것이었다. 김수안은 “동해안 더비긴 했지만 이미 성적도 모두 확정된 상황에서나 나선 것이 충격이 컸다”고 떠올렸다.
김수안은 “매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뛰지만, 지난 시즌 끝나고는 이대로면 정말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겨울 동계 훈련에서는 수비수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터프하게 경기하는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즌도 안 되면 현역 은퇴도 고려했다.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프로 생활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잘 안되면 능력의 한계를 받아들이려고 시즌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김수안은 외인 불투이스의 부상을 틈타 최근 리그 2경기(경남-포항)에 수비수로 선발 기회를 얻었다. 울산은 오는 12일 전북 현대와 리그 경기에 나선다. 주전 수비수들이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사진] 연맹 제공.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이는 김수안은 "포항전 패배에는 내 책임이 컸다. 동해안 더비 끝나고 반성했다. 내가 생각한 대로 경기가 잘 안 풀렸다. 그래도 경험 삼아 전북전에서 나선다면 더 잘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보였다.
전북전에서 김수안(193cm)은 김신욱(196cm)과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그는 "한 번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 김신욱 선배랑 붙어볼 기회가 없었다.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은퇴 경기라 생각하고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김수안의 롤모델은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였다. 그는 "스타일이 거친 것은 알지만 그런 파이터형 수비수가 되고 싶다. 그런 유형의 선수로 자라고 싶다. 아직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팀을 위해 몸을 날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올 시즌 목표를 묻자 김수안은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기회가 생기는 만큼 가고 싶다. 내 한계를 실험해 보고 싶다. 공격이든 수비든 출전하면 좋은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 절실하게 살고 싶다"고 남다른 태도를 보였다.
김수안에게 울산 팬은 항상 고마운 존재였다. 그는 "사실 이번 시즌을 계기로 팬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항상 나를 응원해주시는 울산 팬들이 있었다. SNS이나 경기장서 항상 저를 지켜보시는 분들이 있으셨다. 사랑해주는 만큼 활약으로 보답하겠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미생에서 완생으로.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누구보다 노력하며 절실하게 걸어가는 김수안의 도전이 시작됐다. 그의 여정을 지켜보는 일도 울산 팬들의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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