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엔 2명의 노랑머리 선수가 유독 눈에 띈다. 중원 사령관 세징야와 수비핵 홍정운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세징야가 팀의 골과 도움을 책임지며 공격 작업 전반에 관여하는 에이스라면, 센터백 홍정운은 묵묵히 뒤에서 수비라인을 조율하며 철벽수비를 이끄는 언성 히어로(보이지 않는 영웅)다.
홍정운은 지난 8일 밤 DGB대구은행파크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F조 조별리그 5차전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홈 경기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4-0 무실점 승리에 공헌했다. 대구(승점 9)는 이날 승리로 대회 첫 참가만에 16강행 기회를 잡았다. 오는 22일 펼쳐지는 광저우 헝다(승점 7)와 조별리그 최종 6차전 원정서 무승부만 거둬도 16강에 오른다.

대구 돌풍의 스포트라이트는 화려한 골과 도움으로 무장한 공격수들이 주로 차지한다. 세징야, 에드가, 김대원은 대구가 자랑하는 공격 삼각편대다. ‘달구벌 아이돌’ 정승원도 세징야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대구는 세징야가 부상 이탈한 뒤에도 무실점 3연승 행진 중이다. 히로시마전 0-1 패배를 제외하면 6경기 무패다. 이 중 5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12골을 넣는 동안 1실점으로 막았다. 수비수들의 공로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공격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포지션이지만 음지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하고 있다.
홍정운을 위시한 스리백은 대구 철벽 수비의 핵심이다. 홍정운은 멜버른전서 캡틴 한희훈과 부주장 세징야를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고 무실점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홍정운은 이날 후반 28분 대구의 결정적인 위기를 막아냈다. 아티유의 슈팅이 조현우의 몸에 맞고 뒤로 흐르자 태클로 2차 슈팅을 저지했다. 조현우가 골문을 비우고 나오자 재빠르게 뒤로 커버를 들어간 판단력이 돋보였다. 홍정운은 “선수단 전체가 연속 무실점을 생각하며 경기장에 들어갔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더 큰 것을 바라보고 있는 홍정운에게 만족이란 없다. “내 실수가 많아서 찬스를 몇 번 내줬다.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다. 무실점을 이어서 기쁘지만 내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해 조금 화가 났다.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라커룸에 들어오는데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홍정운은 무실점 행진과 함께 동료 수비수들의 활약을 얘기하자 이내 활짝 웃었다. 그는 “우석이나 태욱이가 같이 뛰면서 너무 잘 막아준다. 팀이 승리하면 공격수들이 주목을 받는 게 당연하지만 우석이나 태욱이, (조)현우 형 등 수비서 막아주는 선수들의 (공도) 더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작을 바람을 나타냈다.
대구의 무실점 연승 행진 원동력은 원팀에서 찾을 수 있다. 에이스가 빠지고 누가 들어와도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대구의 강점인 스리백도 홍정운이 중앙에서 중심을 잡고 좌우에서 김우석, 정태욱, 박병현, 한희훈이 번갈아 나서며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원팀으로 준비가 잘 돼 있다. 누구 한 명 빠진다고 해서 무너질 팀이 아니다. 누가 들어와도 무실점을 이어가며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철벽 스리백이 뚫려도 최후방 보루 조현우가 있다. 국가대표 수문장인 조현우는 멜버른전에도 어김없이 선방쇼를 뽐냈다. 전반 추가시간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낸 뒤 후반 동물적인 감각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홍정운은 “현우 형이 뒤에 있다고 해서 안심하는 건 아니지만 뒤에 서있기만 해도 상대에 위압감을 주는 골키퍼”라며 "우리가 뚫려도 현우 형이 있다. 위험한 장면을 최대한 주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남다른 믿음을 드러냈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