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人] 은퇴 고려했던 김가람 IG 감독의 e스포츠 인생 2막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9.05.09 12: 05

물질 만능주의 시대라고 해도 황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꼽는다면 우리의 시간이다. 돈을 주고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 미래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바닥까지 추락했지만 멋지게 재기를 꿈꾸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 IG의 김가람 감독이다.
지난 3월 19일 한국 팬들에게 깜짝 소식이 들려왔다. 김가람 감독이 김정수 전 감독의 사임 이후 공석 자리였던 월드챔피언 '인빅터스 게이밍(이하 IG)'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김가람 감독이 이끄는 IG는 지난달 21일 국 광둥성 포산국제체육문화센터에서 열린 '2019 LOL 프로리그(이하 LPL)' 스프링 스플릿 '징동 게이밍(이하 JDG)'과 결승전서 '루키' 송의진과 '더샤이' 강승록이 대활약하면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IG는 지난해 롤드컵 우승에 이어, 데마시아컵과 LPL 스프링까지 쓸어담으면서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아울러 지난해 LCK 서머 스플릿을 끝으로 계약이 해지됐던 야인 김가람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OSEN은 지난달 말 김가람 감독과 전화 통화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정말 김가람 감독의 IG행은 한국 LOL 씬에서는 놀랍고 반가운 소식이었다. 거취에 대해 전혀 이야기 나오지 않았던 김가람 감독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과 그가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이기도 했다.
먼저 bbq와 계약 종료 이후 칩거하던 김가람 감독에게 갑작스러운 IG행의 배경을 묻자 김 감독은 지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줬다. 2개월 넘게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고 IG와 계약이 진행되기전 과정을 전했다.
"bbq 올리버스가 강등되고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었다. 팀이나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컸고, 개인적으로도 충격이 컸다. 오랜동안 몸 담았던 팀과도 승강전 결과에 따라 자연스례 결별하게 되면서 은퇴도 고려했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쉬는동안 많은 분들이 손을 내밀어 주셨어요. 첼린저스팀, 몇몇의 해외팀, 롤 이외의 다른종목의 팀, 이스포츠와 관련되지 않은 곳에서도 연락이 왔었다. 친한 지인들도 '왜 그러냐'고 할 정도로 좋은 제의들을 다 거절하고 2달 정도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웠다.  2달 정도를 아무것도 안하고 쉬었어요. 드라마도 보고, 게임도하고 그동안 만나지못했던 지인들도 만나고, 잠도 하루에 9시간 이상 자면서 정말 꿀맛같은 휴식이었다.
몸과 마음이 여유를 찾으니 자연스레 실패했던 부분들에 대해 해결책이 나오고, '나에게 다시 기회가 온다면 정말 잘할수있을거같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IG에서 연락이 왔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으로 월드 챔피언으로 등극한 IG는 김정수 전 감독이 담원 게이밍 코치로 LCK 돌아오면서 경험이 많은 베테랑 지도자를 찾고 있었다. 첫 제안에 김가람 감독 역시 의아해했지만 두 달간 자신을 돌아보면서 세웠던 결심을 펼칠 수 있는 인생 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해 손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IG가 '왜 나를?'이라는 생각을 했다.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이 강등된 팀 감독에게 제안한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점을 찍은 팀이라 '잘해도 본전이라 누군가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라고 생각했고, 그걸 떠나서 내가 그런 부분을 따질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너무 좋은 기회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팀과 계약 관련 진행이 빠르게 되진 않았지만 3월 5일 계약을 마무리 짓고 팀에 합류하게 됐다."
진출 첫 시즌 팀에게 우승컵을 선사한 김가람 감독에게 우승 소감을 묻자 김 감독은 "사실 결승전이 시작하고 오프닝 및 선수 입장, 팬분들의 환호성을 들으면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도 이런 무대에 와보는구나"라는 생각과 그동안 고생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우승이 결정되고 나서는 눈물이 나오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정말 행복했다, 팀으로도 첫 LPL 우승이고, 내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렇지만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이 기회를 어렵게 잡은 만큼 MSI와 서머시즌, 롤드컵까지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잘하고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정식으로 취임이 발표된지 두 달이 채 안됐지만 김가람 감독은 IG에 대해서 선수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선수들의 열정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자신이 합류하지 않았어도 IG는 우승이 가능한 팀이라고 겸손하게 팀의 강력함에 대해 강조했다.
"아직 짧은 기간이라 100% 완벽하게 파악했다고는 이야기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느낀 점을 이야기한다면 IG는 좋은 팀이다. 더샤이, 듀크, 닝, 루키, 재키러브, 바오란과 같은 좋은 선수들이 있고, 원상연 코치같은 스마트한 코치가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 편의를 위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팀이에요. 중국은 원정경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동할 때 비행기나 기차를 타면서 경기 전후로 피로가 쌓이는 경우가 많은데 좌석을 1등석이나 비지니스석으로 끊어주면서 선수단의 피로를 최소화 하더라. 내가 합류하지 않았어도 IG가 우승했을거라 생각한다. 나는 운좋게 좋은 타이밍에 합류해서 우승의 영광을  같이 누렸다. IG는 객관적인 전력이 강하고 탄탄한 팀이다."
MSI와 롤드컵 등 국제무대에서 피할 수 없는 적수로 주목받고 있는 LCK와 LPL을 비교해달라고 묻자 김 감독은 "아직 LPL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야기해본다면 상위권과 하위권의 전력 차이는 LCK에 비해 LPL이 심한 편이다. 그렇지만 정말 모든 팀이 싸움을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MSI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자 그는 "MSI는 솔직한 심정으로 기대 보다는 걱정이 많이 된다. 모든 경기에서 다 이기고 싶은데, 13개 팀 중 12개 팀은 실패하지 않는가.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모든 팀의 목표는 같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잘 준비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 가장 목표에 근접한 팀은 SK텔레콤과 IG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MSI서 우승을 노리고 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김가람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과 중국의 e스포츠 팬들에게 선수들에 대한 응원을 부탁했다.
"경험담이지만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정말 큰 실패를 겪었다. 혼자서는 극복하지 못했을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실패는 더 사람을 망가지게 할 수도,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부진하거나 힘들 때, 지나친 비난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하는 팬분들이 되어주셨으면 좋겠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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