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대세' 김태환, "벤투호, 좋은 선수 많지만 자신있다" [인터뷰]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9.05.10 09: 00

'치타' 김태환(울산 현대)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대표팀을 바라봤다.
최근 울산 경기를 보면 항상 느껴지는 것이 김태환의 존재감이다. 측면에서 스피드와 날카로운 크로스를 뽐내며 상대 팀을 끊임없이 위협한다. 실제로 김태환은 지난 4월 K리그 4경기에서 4개의 도움을 올리며 세징야와 함께 도움 1위에 올랐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태환은 최근 활약에 대해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상대로 김수안의 골을 도와준 것이 이번 시즌 첫 도움이었다. 원래 공격 포인트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팀에 워낙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자연스럽게 포인트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연맹 제공.

김태환은 “상주 상무에서 제대한 이후 팀 구성원이 많이 바뀌어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동계 훈련서 동료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며 호흡을 맞췄다. 시즌 처음부터 호흡을 맞춘 것이 이번 시즌 활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상주 시절에 대해 김태환은 "좋은 코치와 감독님에게 축구를 제대로 배웠다. 개인적으로 상주에서 축구를 많이 생각하고 경기를 보거나 연구할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2년 동안 축구만 신경 쓰다 보니 실력이 늘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시즌 울산 선수단은 하나로 뭉쳐 달리고 있다. 팬들 사이에선 경남 FC전 이후 김태환과 주니오의 인스타그램 대화가 화제가 됐다. 주니오한테 골을 만들어 줬으니 식사를 요구한 김태환은 “아직 말이 없다. 주니오가 브라질 식당 데려간다고 하는데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울산의 김태환-김인성의 측면은 K리그판 로베리(로벤+리베리)를 떠올리게 한다. 양 선수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 특유의 패턴 플레이를 앞세워 측면을 지배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김태환이 이번 시즌 기록한 5개의 도움 중 3개가 김인성이 마무리했다.
[사진] 연맹 제공.
김태환은 “인성이가 기록한 3골 중에 쉬운 것도 있었지만 어려운 것도 있었다. 그 친구가 잘 마무리하다 보니 공격 포인트를 많이 기록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인성이가 아직 밥 산다는 이야기가 없다. 자기가 알아서 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미소를 보였다.
울산에는 유독 빠른 선수들이 많다. 김태환-김인성-황일수 등 스피드 스타들이 한 팀에 모여있다. 지난 시즌 구단에서 김인성-황일수의 달리기 시합을 준비했으나 무산된 에피소드도 있다. 김태환은 “치타라는 별명이 마음에 든다. 팬들이 원한다면 달리기 시합도 나서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측면 공격수와 오른쪽 풀백을 오가는 김태환이지만 이번 시즌은 주로 2선에서 기용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풀백을 선호한다는 김태환은 "감독님도 (좋아하는 포지션을) 아시는데 2선에서 기용하시더라. 내가 어디를 뛰어도 잘 하는 선수라 그런가 보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김태환은 "오른쪽 풀백으로는 대인 방어에서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오버래핑 역시 남부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면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는 상대방에게 언제나 위협을 주는 움직임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돌파 역시 괜찮은 것 같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승부욕으로 소문난 김태환은 때로 경기장서 거친 행동으로 다른 팀 팬들의 야유를 받기도 한다. 그는 "다른 팀 팬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만 상관없다. 나에겐 울산 팬들이 최고다. 울산을 위해 싸울 것이고 우리 팬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울산은 오는 12일 전북 현대와 K리그 경기를 앞두고 있다. 1, 2위 팀의 맞대결인 만큼 치열한 '현대가 더비'가 예상된다. 김태환은 "개인이 아닌 팀으로 싸워야 한다. 하나로 뭉쳐서 전북이라는 팀을 압도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태다"고 각오를 다졌다.
휴식 시간에 해외 축구를 즐겨 본다는 김태환은 "요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 경기를 많이 보고 있다. 측면 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만들어 가는 재밌는 축구를 하더라. 내가 원하는 축구 스타일이기도 해서 항상 즐겁게 본다"고 자신의 취미를 공개했다.
[사진] 연맹 제공.
K리그를 호령하는 김태환에게 국가대표팀은 아픈 기억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2번이나 대표팀 예비 명단에 포함됐지만 번번이 쓴맛을 봤다. 김태환은 실력에 비해 대표팀과는 연이 없어 A대표팀에서는 고작 5경기 출전이 끝이다.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다시 국가 대표팀에 거론되고 있는 김태환은 "벤투호에 오른쪽 풀백으로 나보다 좋은 선수가 많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자신도 있다. 그래도 초조해하며 무리하지는 않겠다. 파울루 벤투 감독님이 TV나 경기로 나를 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벤투호 출범 이후 오른쪽 풀백으로는 이용-김문환이 꾸준히 선발됐다. 김태환은 "잘하니깐 꾸준히 대표팀에 뽑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지만, 내가 여기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준다면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환은 "벤투 감독님 부임 이후 대표팀의 축구 철학이 생긴 것 같다. 매번 평가전 잘 챙겨보고 있다. 팀이 잘 나아가고 있다. 내가 가서 확 바뀌지는 않더라도 누구보다 열심히 도전할 수 있다. 나를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대표팀 도전 의사를 보였다.
울산 오른쪽 측면의 지배자 김태환이 벤투호에서도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K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은 충분하다. 벤투호의 오른쪽 측면에서도 '치타'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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