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송진우도 인정한 이우찬, 9년을 버틴 인내의 결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05.13 06: 06

“아직도 입에선 ‘영재’라고 나온다”. 
LG의 9년차 무명 좌완 투수 이우찬(27)이 시즌 첫 선발로 나선 12일 잠실구장. 상대팀 한화 덕아웃에는 그의 외삼촌, 송진우(53) 투수코치가 있었다. 송진우 코치와 이영재는 외삼촌과 조카,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 승부 세계는 냉정하지만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경기 전 만난 송진우 코치는 “나도 뉴스를 보고 (이우찬이) 선발로 나온다는 걸 알았다”며 “바로 위 누나의 아들이다. 누나도 한국체대 출신 배드민턴 선수였다. 어릴 적부터 봐왔고, 요즘도 집안 모임이 있을 때 종종 만난다. 아직도 입에선 ‘영재’라는 이름이 먼저 나온다”고 말했다. 

4회초 수비를 마치고 LG 이우찬이 유강남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jpnews@osen.co.kr

‘영재’는 이우찬의 개명 전 이름이다. 북일고 출신으로 지난 2011년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LG에 상위 지명된 이우찬은 지난해까지 1군에서 통산 4경기 등판에 그쳤다. 데뷔 초에는 대투수 ‘송진우의 조카’로 이름을 알렸지만 1군 등판 기회는 오지 않았다.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2014년 LG에 돌아왔으나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끝을 알 수 없는 2군 생활이 쭉 이어졌다. 
2016년 5월29일 잠실 두산전에서 깜짝 선발로 1군 데뷔했지만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4실점으로 무너졌다. 2017년에는 육성선수, 이른바 연습생으로 신분이 바뀌기도 했다. 야구를 포기할 법도 했지만, 그해 부모님의 권유로 개명하며 도약 의지를 보였다. 2018년 1군에서 3경기에 나섰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4실점, 평균자책점 54.00에 그쳤다. 
올 시즌도 1군 스프링캠프에서 탈락했다. 냉정하게 전력 외 선수였지만, 이천에 남아 2군 캠프에서 절실하게 준비했다. 추격조로 1군 개막 엔트리에 들었고, 지난달 2일 대전 한화전에는 외삼촌 송진우 코치가 보는 앞에서 3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달 12~13일 잠실 두산전 연이틀 홀드로 팀 내 비중을 높였고, 이날 기존 5선발 배재준 대신 선발 기회를 잡았다. 
한화 송진우 코치./jpnews@osen.co.kr
송 코치는 조카 이우찬에 대해 “지난해 집안 모임 때 만났다. 섀도우 피칭을 많이 한다고 하길래 ‘그것만큼 좋은 것 없다.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팔에도 무리가 없으니 열심히 해라. 밸런스 잡는 데 좋을 것이다’는 말만 해줬다”며 “프로 입단 후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스스로 야구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기억했다. 
이어 송 코치는 지난달 초 한화전에서 호투한 이우찬을 떠올리며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불리할 카운트에도 변화구를 던지더라. 직구만 갖고 타자를 이길 수 없는 요즘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송 코치는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그는 “우찬이가 잘 던졌으면 하는 마음은 늘 있지만 (코치 입장에선) 우리 선수가 더 중요하다. 오늘 우리 팀 선발 (김)범수가 우찬이와 같은 온양온천초-온양중-북일고 출신으로 3년 후배다. 둘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투구를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외삼촌이 보는 앞에서 이우찬은 5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 깜짝 호투로 한화 타선을 잠재웠다. 최고 146km 직구(47개)에 슬라이더(20개), 커브(12개) 등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섞어 한화 타자들을 제압했다. LG의 2-0 승리와 함께 데뷔 9년 만에 감격의 첫 승을 신고한 것이다. 
5회초 LG 이우찬이 역투하고 있다. /jpnews@osen.co.kr
경기 후 이우찬은 “(송진우) 외삼촌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내 할 것도 바빴다”며 웃은 뒤 “외삼촌에게 잘 보이려 한 건 아니지만 프로에 와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앞으로 선발 욕심보다도 팀이 필요한 상황마다 내 몫을 하는 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