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르다. 슬럼프가 오더라도 그 슬럼프를 짧게 끝내고 곧장 정상궤도를 되찾는다. 두산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끝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 외국인 타자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최근 몇 년 간 외국인 타자 제도가 무용지물이었던 두산의 흑역사를 말끔히 지운 복덩이다. 현재 타율 3할6푼1리(169타수 61안타) 9홈런 41타점 OPS 1.024의 특급 성적을 기록 중이다. 최다안타 1위, 타율과 타점은 2위, 홈런과 OPS는 3위에 오르며 공격 전 부문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여기에 득점권 타율은 3할8푼6리로 클러치 상황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리그 최다인 7개의 결승타를 때려내며 ‘해결사 기질’까지 과시하고 있다.
다만, 뜨거웠던 4월의 기세에 비해 5월 들어서는 페이스가 하락했다. 4월까지 타율 3할9푼2리를 마크했지만 5월에는 타율 2할7푼3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침묵의 시기는 잠시 뿐이었다. 꾸준히 안타 1개씩을 적립했고 안타를 못 치더라도 볼을 골라내며 출루했다. 페르난데스는 결국 지난 10~12일 창원 NC 3연전에서 13타수 6안타 2홈런 11타점 맹타로 팀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클러치 상황에서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한 시리즈였다.

김태형 감독은 “잠시 슬럼프에 빠진 최근에는 모든 공을 치려고 한다”면서도 “일단 기본적으로 공을 잘 본다. 선구안이 좋다. 타격 때 몸이 앞쪽으로 쏠리고 허리가 먼저 돌아가지만 손은 뒤에서 버티고 있다. 그렇기에 공을 맞출 수 있는 면적이 넓어진다”며 페르난데스의 타격 매커니즘을 설명했다.
정확도와 파워, 그리고 선구안까지 모두 갖춘 완성형 타자로 나아가고 있다. 리그 적응이 필요 없는, 차원이 다른 외국인 타자의 명성을 스스로 쌓고 있다.
이제 페르난데스는 베어스 프랜차이즈 사상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를 향해 나아간다. 베어스의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로 지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시즌 동안 활약했던 타이론 우즈를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5시즌 통산 타율 2할9푼4리 174홈런 510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인 2002년을 제외하곤 4년 연속 30홈런 100타점을 넘기는 등 프랜차이즈 역사를 넘어 리그 역사에도 손꼽히는 외국인 타자로 임팩트를 남겼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의하면 우즈의 통산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24.60. 그리고 한 시즌 최고 WAR은 1998년 시즌의 6.38이었다. 이는 구단 외국인 타자 단일 시즌 최고 WAR이기도 하다.
이제 페르난데스는 우즈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페르난데스의 WAR은 2.19. 144경기로 환산 했을 경우 페르난데스의 시즌 종료 후 WAR은 7.35까지 찍을 수 있다는 통계다. 지금과 같은 꾸준한 활약이 이어진다면 페르난데스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이미 클래스는 앞선 외국인 타자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꾸준한 면모까지 갖췄다. 과연 페르난데스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