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한 기대심리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3순위 플랜 안에도 들지 못했던 롯데 내야수 강로한(27)은 이제 어엿한 주전 3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의 대반전은 ‘기회는 스스로 잡는 법’이라는 명제를 정확하게 일깨워주는 하나의 예시가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양상문 감독의 선택을 받은 롯데의 주전 3루수는 한동희였다. 타격 부진과 실책에도 그를 꾸준히 선발 3루수로 내세우면서 그에게 경험치를 쌓게 했다. 양상문 감독도, 구단도 야심차게 선택한 1차 지명 선수인 한동희를 장기적으로 내다보며 그의 성장을 유도했다.
그러나 한동희는 불의의 무릎 부상을 당하며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플랜 A가 어긋나게 되자 플랜 B, 혹은 플랜 C를 가동해야 했다. 그러나 플랜 B와 C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한동희의 경쟁자이자 내야 유틸리티 선수로 활용하려고 했던 전병우가 3루 플랜 B였다. 그러나 개막 전부터 앓아온 허리 통증이 호전되지 않으며 재활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러닝 훈련 및 기술 훈련을 재개하려던 순간 통증이 다시 찾아오며 복귀 일정이 연기된 상태다. 우타 대타 자원 및 역시 멀티 내야 백업으로 생각했던 오윤석이 플랜 C로 구상했지만 채태인의 부상과 2루수 아수아헤, 고승민의 연이은 부상 이탈로 1루와 2루에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1,2,3순위 플랜이 모두 가동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 하지만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강로한이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경남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5년 신인 2차 7라운드로 입단한 강로한은 입단 때부터 기대를 모으며 1군 기회를 받았다. 빠른 풋워크를 바탕으로 한 수비력과 주력으로 내야의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다. 당시엔 부여받은 기회에 비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2016시즌이 끝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올 시즌을 맞이했다.
복귀 후에도 기대치는 마찬가지였다. 양상문 감독과 구단이 생각하고 있는 ‘내야 10년 대계’의 일원 중 한 명이었다. 일단 그의 역할은 유격수 및 내야 백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봤다. 지난달 3일 시즌 첫 콜업이 됐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 누구도 현재의 주전 3루수로 거듭날 것이라는 예상은 쉽지 않았다. 3루수 플랜 D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 구도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강로한은 프로의 생리를 절실하게 깨우치면서 그 기회를 스스로 잡고, 반전을 일으켰다.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있지만, 기회를 잡는 것은 스스로가 해내야 하는 게 프로 레벨에서 펼치는 경쟁의 생리다.
현재 강로한은 25경기 타율 3할1푼7리(63타수 20안타) 1홈런 10타점 15득점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표본은 작지만, 그 한정된 표본 속에서도 그동안 자신에게 주목했던 잠재력이 어떤 것인지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라인업에 부족한 기동력을 첨가해주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2루타 5개, 3루타 3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수비에서 잔실수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무리 없이 3루 자리에서 공백을 최소화 시키고 있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공백 속에서 고민이 깊어질 때, ‘뉴페이스’ 강로한이 반전을 일으키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리고 강로한의 반전과 맹타는, 팀 전체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른 젊은 선수들에게도 간단 명료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기회는 스스로 잡는 법’이라고.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