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전' 감독 "마동석, 영화적 아이디어多..새벽 3시에도 문자 보내"[인터뷰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5.16 07: 52

 15일 개봉한 이원태 감독의 신작 ‘악인전’(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키위미디어그룹・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이 개봉 첫 날 17만 5434명(영진위 제공)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흥미를 끄는 소재,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기대, 칸영화제 초청이라는 호재가 통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대장 김창수’(2017)에 이은 이 감독의 차기작이 2년도 안 된 시점에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그가 ‘대장 김창수’의 개봉 전부터 ‘악인전’의 전체적인 얼개를 준비하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전작이 백범 김구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시대극이었다면, ’악인전’은 조직폭력배와 형사, 살인마의 대결을 그린 선 굵은 범죄 액션극이다. 어떻게 보면 캐릭터들의 전형성이 있어보이나 막상 영화를 보면 예측 불가의 방향으로 흘러가 흥미를 유발한다.

OSEN=곽영래 기자] 악인전 이원태 감독. /youngrae@osen.co.kr

이원태 감독은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조폭 영화는 소비가 많이 됐다. 또 현재를 배경으로 하자니, 대규모의 폭력 조직이 거의 존재하지 않더라”면서 “2004년~2005년은 그 전형성을 벗어난 시기다. 2000년대 초반의 시대적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며 2005년을 영화의 배경으로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악인전’은 조직의 보스와 강력계 형사,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공통의 목표를 위해 손잡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한다. 중부권을 장악한 조직의 보스 장동수(마동석 분)가 접촉사고를 가장해 접근한 살인마K(김성규 분)에게 당해 가까스로 죽음의 위기를 벗어난다. 한마디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대를 공격한 것. 졸지에 피해자가 된 동수는 분노로 들끓어 K를 직접 처단하기 위해 나선다. 
한편 연쇄살인사건을 확신하고 지원 없이 홀로 사건을 추적하던 강력계 형사정태석(김무열 분)은 협업하기 힘든 장동수와 손을 잡는다. 그가 연쇄살인마K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생존자였기 때문. 각자의 사연을 갖고 움직이던 보스와 형사가 살인마 K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OSEN=곽영래 기자] 악인전 이원태 감독. /youngrae@osen.co.kr
‘악인전’이 여타 범죄극과 궤를 달리하는 이유는 보스-형사-살인자라는 공포의 트라이앵글이 부각되기 때문. 
이 감독은 “‘악인전’은 캐릭터 영화다. 그래서 저는 캐릭터를 짜는 데 오랜 시간을 들였다. 세 명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고 끝까지 가다 보니 처음부터 각각의 특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썼다. 캐릭터를 세팅하는 데 거의 두 달 정도 걸렸고 막상 시나리오를 쓰는 건 한 달 밖에 안 걸렸다. 계속 스터디를 하면서 준비를 많이 했다. 배우들이 새롭게 들어오면서 각색을 오래했다”고 각본을 쓴 과정을 전했다.
이원태 감독이 ‘악인전’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핵심 주제는 ‘법치국가의 한계점’이다. 근대국가는 대개 법치국가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법치국가가 반드시 자유주의적 국가라는 보장은 없다. 법의 내용에 따라 단순히 법치주의의 요구를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도 있다. 현대에는 법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갖가지 비판을 받고 있는 시대인 만큼 실질적인 법치국가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원태 감독은 “법질서의 한계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에 존재한다. 사람이 사는 국가라면 공통적인 문제인 것 같다”며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대동소이하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외국은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의 한계에서 오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싶었다.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인데 법망을 피해 잘사는 사람도 있지 않나. ‘악인전’을 통해 대리만족하셨으면 좋겠다”라며 “이 영화의 중요한 테마는 선악인데 그렇다고 악인이 고통받는 모습에서 ‘고소하다’는 마음이 아니라 ‘불쌍하기도 하네?’ 라는 감정도 느꼈으면 좋겠다. 사실 끝까지 나쁜 놈 혹은 한 없이 착한 사람은 없다고 본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 선악이 공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보스 장동수 역을 맡은 마동석도 ‘악인전’을 만드는 데 적지않은 힘을 보탰다. 이 감독은 “마동석 배우가 이 작품에 대사, 장면에 관한 아이디어를 꽤 많이 냈다. 저와 사적으로 친하니까 벽이 없었고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감독과 배우의 관계를 떠나서”라며 “마동석은 밤에 잠을 안 잔다. 새벽 3시에도 문자를 보내 아이디어를 내더라. 그래서 제가 좀 ‘자라’고 했다.(웃음) 매번 ‘이런 것은 어떠냐?’고 묻는다. 전화부터 미팅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낸 아이디어가 이번 작품에 많이 녹아 들아갔다”고 말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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