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마주쳐도 먼저 다가와서 사인해주고 갈 만큼 팬서비스가 뛰어나 '연쇄 사인마'라 불리는 김상수(삼성). 14일 현재 12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이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부상 때문에 조심하다 보니 소극적으로 뛰었다. 이제는 허슬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 도루는 정말 나이 들면 하기 힘들다. 이제 몸이 완전히 괜찮으니 적극적으로 뛰어 다시 한번 도루왕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인과 도루만 잘하는 게 아니다. 홈런도 잘 친다. 게다가 영양가도 만점이다. 김상수는 올 시즌 3차례 손맛을 만끽했다. 한 방이 필요할 때마다 어김없이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영양가를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어쩌면 김상수가 최고의 타자 아닐까.

홈런이 나오는 순간도 결정적이다. 김상수가 때려낸 홈런 모두 2점차 이내 상황에서 터졌다. 김상수는 9일 대구 NC전서 시즌 첫 아치를 그렸다. 삼성은 NC 선발 김영규를 일찍 무너뜨렸지만 선발 덱 맥과이어가 4회 4사구 4개를 허용하는 등 3점을 내주며 2점차로 쫓기게 됐다.
4회 선두 타자로 나선 김상수는 NC 두 번째 투수 유원상의 2구째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겨 버렸다. 추가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터졌기에 기쁨은 배가 됐다. 삼성은 NC를 6-4로 꺾고 시즌 첫 3연전 싹쓸이에 성공했다.
12일 대구 롯데전. 김상수는 0-1로 뒤진 1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첫 타석에 들어섰다. 롯데 선발 박시영과 풀카운트 끝에 6구째를 공략해 1-1 균형을 이루는 좌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팀이 연장 혈투 끝에 9-10으로 패하는 바람에 빛을 잃었지만 홈런의 영양가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
김상수는 14일 잠실 두산전서 영웅이 됐다. 3-3으로 맞선 연장 10회 선두 타자로 나섰다. 두산 소방수 함덕주와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를 그대로 잡아당겼다.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승기를 되찾은 삼성은 10회말 수비 때 장필준을 투입해 1점차 승리를 지켰다. 삼성은 두산을 4-3으로 꺾고 지난달 대구 3연전 완패를 설욕했다.
김한수 감독은 경기 후 "경기 막판에 흐름을 넘겨줄 수도 있었지만 김상수의 홈런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팀에 귀중한 승리를 선사한 김상수는 "물론 홈런을 노리고 있지는 않았다. 선두타자이기 때문에 살아나가는데 집중했다. 그런데 볼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이어서 한 번 과감하게 돌려본 것이 잘 맞았다"며 "맞는 순간 짜릿했다. 개인적으로 결승 홈런은 많이 없어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우리 팀 경기 시간이 많이 길어져서 오늘도 좀 늦게 끝나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우리 팀이 승리하고 경기도 빨리 끝났다. 팀이 아직 하위권에 있지만 원래 여름에 더 잘하는 팀이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상승세를 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