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은 야구에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분야는 확연하게 다르지만 '2019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 LCK를 대표해 참가한 SK텔레콤을 위한 말처럼 다가올 정도다.
3일차까지 불안한 1승 1패를 반복했고, 16분 1초라는 희대의 참패를 당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던 SK텔레콤이 4일차와 5일차 경기에서는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우승후보 0순위로 주목받고 있는 지난해 롤드컵 챔피언 IG에 일격을 나리리면서 MSI 그룹스테이지를 뜨겁게 달궜다. 멋지게 일어선 한편의 반전드라마였다.
▲ 불안한 출발과 계속된 위기

SK텔레콤은 지난 10일 '유럽의 슈퍼팀' G2와 그룹 스테이지 개막전서 26분 39초만에 패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라인전 단계 부터 상대에게 말리면서 3-7 이라는 스코어로 철저하게 밀린 패배였다. 시그니처 챔피언인 이즈리얼을 잡은 '테디' 박진성은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의 자야에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단 1킬도 올리지 못했다. 자야-라칸으로 나선 '퍽즈'와 '미크'의 봇듀오는 자야로 3킬 3어시스트, 라칸으로 킬 관여율 100%(7어시스트)를 올리면서 SK텔레콤에 강한 일격을 날렸다.
두 번째 상대인 플래시 울브즈를 27분 10초만에 잡아내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개운치 않은 첫 날 결과였다.
둘째날도 퐁 부 버팔로와 첫 번째 경기는 승리하면서 상승세를 타는 가 했지만, 두 번째 상대였던 IG에게는 라이엇게임즈 주최 국제대회서 역대 최단 기록인 16분 1초만에 무너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LCK에서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인베이드(침투)와 소나-타릭 조합을 시도하면서 IG 공격성을 억제하려 들었으나, 결과는 절망적인 참패였다.
세째 날에서도 G2와 리턴 매치서 또 다시 패배하면서 두 배의 충격을 안겼다. LPL 뿐만 아니라 LEC에게도 밀리는 모습에 팬들 까지 함께 녹다운 되는 애처로운 상황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네째 날부터는 혼란을 수습하면서 분위기를 탔다. 플래시 울브즈와 리턴 매치 2만 골드 격차 대승으로 살아난 SK텔레콤은 다크호스였던 홈그라운드 퐁 부까지 잡아내면서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위기를 극복하자 마지막날에는 우승후보 IG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는 대반전 드라마역시 터져나왔다. 팀 리퀴드와 그룹 스테이지 두 번째 경기서 대승을 거두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린 SK텔레콤은 9연승을 내달리던 IG를 상대로 펼친 리턴 매치서 특유의 색깔을 잘 살리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그룹 스테이지 내내 반복됐던 흐름이 끊기는 실수 역시 극복하는 경기력으로 2위로 녹아웃 스테이지 진출에 성공했다.

▲ 살아난 핵심 '테디' 박진성
SK텔레콤의 지난 스프링 스플릿 핵심은 '클리드' 김태민과 '테디' 박진성이었다. 초중반 구도를 이끌고 가는 김태민과 중반 이후 폭발적인 딜링을 통해 상대를 압도하게 만든 박진성이 정규시즌 2위와 플레이오프와 결승에서도 SK텔레콤의 스프링 우승을 견인하게 했다.
하지만 MSI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봇 듀오가 유독힘을 쓰지 못했다. '퍽즈'와 첫 대결에서는 단 1킬도 올리지 못했고, 패배의 경기 마다 봇의 균형이 흔들리면서 답답하게 버티다가 쓰러지는 상황이 계속 연출됐다. 3일차까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박진성의 침묵은 4일차부터 달라졌다. 플래시 울브즈와 경기서 칼리스타로 팀 내 최다킬인 6킬(노데스 4어시스트)을 올리면서 활개를 친 그는 퐁부 전에서도 루시안으로 팀내 최다킬인 6킬을 기록했다.
흐름을 탄 이후에는 그룹 스테이지 5일차 마지막 날에는 펄펄 날았다. 리퀴드전에서 칼리스타 5킬 노데스 4어시스트로 날 뛰었고, IG와 최종전에서 3킬 1데스 6어시스트와 팀 내 최다 골드를 수급하며 승리에 단단하게 일조했다.
그룹 스테이지 종료 후 박진성은 "4일차에 접어 들면서 자신감, 나만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 등 머리 속에서 잊혀졌던 감각을 서서히 찾기 시작했다”면서 " “우리 팀의 강점은 빠른 피드백이다”며 “나는 단판제를 처음 경험했는데, 문제 진단이 힘들었다. 다전제로 넘어가면 강점이 발휘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 기세 탄 SK텔레콤
개인 뿐만 아니라 팀 역시 시련을 통해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진다. 새로운 시도들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을대로 쳐졌던 SK텔레콤의 반등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팀의 장점으로 빠른 피드백을 언급했던 박진성은 "첫 국제대회인데, 패배할 때 너무 초라한 모습을 보여줘 슬펐다. 4강전부터는 지고 싶지 않다. 좋은 모습만 남기겠다”고각오를 다졌다.
이제 SK텔레콤이 쓰러뜨려야 할 다음 상대는 '유럽의 슈퍼팀' G2 e스포츠다. 평소 "SK텔레콤은 계속 해서 발전해 갈 수 팀이다.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라고 자주 강조하던 김정균 감독의 말처럼 SK텔레콤이 LCK의 위상을 높여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