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독과 배우는 서로를 도와주는 가장 중요한 작업 동반자다. 그런 의미에서 이원태 감독은 배우 김성규가 영화 ‘악인전’(각본감독 이원태, 제공 키위미디어그룹・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키위미디어그룹,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트윈필름)에서 연쇄 살인마K를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보살펴 줬고, 그의 표현을 신뢰해줬다.
감독과 배우, 배우 대 배우의 관계가 좋아서인지 ‘악인전’은 핏빛이 감도는 범죄 액션 장르의 선 굵은 영화지만 현장은 심각하기 보다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단다. 각본・연출을 맡은 이원태 감독의 지휘 아래 배우 마동석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발휘돼 서로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물론 여기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는 감독과 배우들이 서로 간에 시도와 실수를 허용하고, 다양한 것을 도전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 감독, 스태프가 함께 같은 영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 개봉한 ‘악인전’(감독 이원태, 제공 키위미디어그룹・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키위미디어그룹,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트윈필름)은 제작사를 필두로 감독, 배우들이 하나된 시간이었다. 모두가 즐겁게 노력한 덕분인지 성과도 좋았다.
개봉 전부터 유럽 미국 아시아 등 104개 국가에 선판매됐고, 미국의 유명제작사에서 리메이크를 하겠다는 제안도 받았다.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회사에 있던 제작자가 공동제작 제의를 한 것. 무엇보다 72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 받아 전 세계 영화인들 앞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김성규는 15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악인전’에 임하게 된 과정부터 칸 진출을 앞둔 소감까지 상세하게, 솔직하게 털어놨다. “오디션을 볼 때부터 K역으로 봤는데 여행을 하던 중에 합격 소식을 들었다. 오디션을 봤을 때 전혀 기대를 안 했었는데 연락을 받아 놀랐다. 연락을 받고 나서 일주일 동안 숙소에서 가만히 있었다. 걱정이 많이 됐다”라며 “(합격 전) ‘만약에 내가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을 했는데, 그 고민을 여행지에서 한 거다”라고 밝혔다.
살인마는 기존 드라마 및 영화에서 자주 쓰이기에 차별화가 필요한 캐릭터다. 그는 “연쇄살인마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작품이나 인물이 있는데 저는 ‘그것과 다르게 해야지’라는 생각보다 어차피 비교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래서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연쇄살인마K 그리려고 했다. 다큐멘터리, 미드, 책 같은 것을 찾아 봤다. 제가 느낀 것을 토대로 저만이 할 수 있는 걸 표현하면 될 것 같았다”고 캐릭터를 표현한 지점을 설명했다.
그는 “‘범죄도시’ 이후 마동석 선배님과 다시 만나게 됐다. 그때는 만나는 장면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전면적으로 호흡을 맞추게 돼 긴장했다. 근데 저를 잘 챙겨주셔서 편했다. 이번에 대면해 연기를 해보니 정말 좋았다. 아이디어가 많으셔서 많이 놀라기도 했다”고 마동석과의 재회 소감을 전했다.

마동석과 김성규는 흥행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2017)에서 각각 형사 마석도, 장첸파 조직원 양태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바.
김성규는 “저는 ‘범죄도시’가 그렇게 잘 될 줄 몰랐는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신기했다"며 “당시 진선규 선배가 저보다 더 주목받았다고 해서 질투가 난다거나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왜 나한테 관심이 안 오지?’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계획한 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범죄도시’ 이후 성장을 했다. 그 이후 이런 제안(작품 출연)도 받았고. 사실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감사하고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소회를 전했다. 김성규는 “아직 제가 작품 경험이 많지 않아서 배우고 성장하는 입장”이라는 설명을 보탰다.

21세에 연극무대를 통해 연기활동을 시작한 김성규는 “재수를 해서 뒤늦게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며 “어릴 때 막연하게 영화 보는 걸 좋아했는데, 뒤늦게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큰 꿈을 갖고 시작했다기 보다 연기가 하고 싶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기를 시작한다고 할 때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고.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다행이다. 사실 칸에 간다는 것도 직접 말씀은 안 드렸다. 근데 기사를 보시고 ‘칸에 언제 가냐?’고 물어보시더라. 사실 ‘악인전’도 보라는 말씀을 못 드리겠다. 관객들이 보시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못 보실 것 같아서다”라는 이유를 밝혔다.
“지금까지 제가 맡은 캐릭터가 배우로서 봤을 때도 악한 역이 많았지만, 연기하면서 그들의 결은 달랐다고 생각한다. 악역이지만 다양한 층이 많고 여러 사람이 있다. 물론 앞으로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은 생각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다기 보다 주어진 것을 잘 소화하고 싶다. 제가 맡으면 대중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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