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에는 노사갈등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요즘 르노삼성자동차(대표이사 도미닉 시뇨라)의 분위기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마치 르노삼성에는 노사갈등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들리는 뉴스라곤 온통 노조의 파업이야기, 그로 인한 실적 급락 이야기, 부산 공장 물량을 르노그룹의 다른 생산공장으로 옮긴다는 둥 부정적인 이야기 뿐이었다. 마치 르노삼성 직원들은 노사로 갈려 극한 대립만 하고 있는 모습처럼 비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르노삼성자동차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큰 기둥,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구.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는 여전히 연구원들이 흘리는 땀방울들로 뜨거웠다.

물론,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노사가 양보 없이 대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르노삼성차는 15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에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업 국면을 유리하게 풀어가고자 여론전을 펼치자는 것은 아니었다. ‘파업’이니 ‘노사갈등’이니 하는 단어는 지극히 자제 됐다.
대신 ‘경쟁력’과 ‘가능성’, 그리고 ‘준비’라는 단어가 여러번 언급 됐다. 기자 간담회의 명칭은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랩 스페셜 익스피리언스(LAB Special Experience)’였다.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의 역량을 국내 미디어에 보여주고 싶었던 게다. 그리고 노사갈등만 해결 되면 당장 신차를 투입하고, 기성 모델을 페이스리프트 하겠다는 계획도 간간이 공개했다. 한 마디로 “르노삼성은 여전히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이날 일정 중에는 연구소의 핵심 시설들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연구 인력 1,000여 명”이라는 자랑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도 오랜만에 기자들 앞에 섰다. “르노삼성차는 스스로의 능력만으로도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큰 시장의 일원이 되었다. 르노삼성이 5월부터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AMI태평양으로 르노그룹 내 지역 본부가 변경됐다. 르노 그룹의 핵심 연구자원인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도 이번 지역 본부 개편으로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그룹은 5월부터 중국 본부를 따로 떼어내고 르노삼성을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AMI태평양) 지역본부에 편재했다. 르노삼성이 속해 있는 AMI태평양 지역은 3개 대륙에 인구는 43억 명에 달하고, 국가도 100여 개국이나 된다. 르노삼성으로 보면 새로운 기회가 열린 셈이다.
더군다나 르노삼성은 AMI태평양 지역본부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 및 생산역량을 갖춘 것으로 르노그룹 내에서 평가 되고 있다. 르노그룹의 패브리스 캄볼리브 AMI태평양 회장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르노삼성을 방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미닉 시뇨라 사장도 “르노삼성은 AMI태평양 본부의 100여개국을 상대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한 캄볼리브 회장의 말을 전하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르노삼성이 지닌 핵심 연구 개발 자원으로 더 많은 성장과 진보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신차 출시 계획도 구체화 했다.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소형 SUV ‘XM3’가 개발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며 내년 초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출시하겠다고 했다. 핵심은 ‘XM3’가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랩에서 개발 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LPG 차량의 일반인 구매 허용 조치에 힘을 얻어, 조만간 QM6의 LPG 모델도 출시하겠다고 공식화 했다. 또한 내년에는 르노의 순수 전기차 ‘조에(ZOE)’도 들여올 예정임을 암시했다. SM6, QM6도 내년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온다.
그렇다면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는 정말 경쟁력이 있는 곳일까? 권상순 연구소장의 브리핑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권 소장은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에 대해 “차량 디자인부터 설계와 해석, 각종 테스트, 양산준비를 위한 생산기술 기능을 모두 갖춘 얼라이언스의 기술이 모여 있는 글로벌 연구소”라고 소개하고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의 우수한 연구진들이 국내와 해외 연구소에서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C세그먼트 크로스오버 SUV ‘XM3’를 비롯해, 차세대 D세그먼트 세단·SUV 등의 개발 진행을 언급했다. 중형 세단 SM6(수출명 탈리스만), 중형 SUV QM6(수출명 클레오스)의 개발에도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또한 이날 연구소 견학에서 확인한 내용이지만 소형 전기차 ‘트위지’의 충돌 시험도 바로 이 연구소에서 이뤄졌다.
권상순 소장은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의 경쟁력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누구보다 근면 성실해 한번 목표가 설정 되면 철저하게 지켜 낸다. 또한 협력 업체들의 기술력도 뛰어나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가장 빠른 시간에 해결책을 찾아 낼 수 있는 대응력도 갖추고 있다. 원가 경쟁력을 생각하는 연구원들의 센스도 뛰어나다. 한 마디로 C, D 세그먼트의 세단과 SUV는 우리가 일등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발판으로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는 국내 시장 모델뿐 아니라 르노 그룹의 글로벌 C, D 세그먼트 세단 및 SUV의 개발 책임을 맡아 다양한 관련 프로젝트를 총괄 수행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과 중국의 신차 개발도 주도하고 있다는 게 권 소장의 설명이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2022년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40종 이상 모델에 탑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이 흐름에 따라 내년에 출시 될 중형 세단 SM6에는 반자율 기능(ADAS)이 대거 투입 될 예정이라는 말도 했다.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랩을 감싸고 있는 생기를 보면 르노삼성자동차는 당장 내일이라도 내달리기를 시작할 기세다. 멀리 부산에서 노사협상이 타결 됐다는 소식만 들리면.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