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전' 감독 밝힌 #마동석 #칸영화제 #법치주의 한계(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5.16 10: 30

 “마동석은 잠도 안 자고 영화를 고민한다.”
배우 마동석과 오랜 인연을 쌓아온 이원태 감독의 말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무심한 듯 툭 던지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마동석을 향한 애정이 가득 묻어 있었다.
이 감독은 인터뷰 도중 마동석을 가리켜 “마배우”라고 부르면서도 중간중간 “동석이”라는 말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주)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영화계 소문난 ‘의리남’으로 불리는 마동석은 자신의 이름을 영화판에서 공고히 한 후 과거에 출연을 약속했던 감독들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자신의 이미지가 소비되는 것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았다. 가벼운 말이 아닌 묵직한 행동으로 의리를 몸소 보여준 것.
마동석처럼 캐릭터 변신이라는 말이 무색한 배우가 또 있을까 싶다. 그는 어떤 역할도 이미지 그대로 연기해 진정성을 살린다. 그 모습이 진지한데, 때론 웃음을 안기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런 의미에서 마동석이 조직의 보스로 변신한 영화 ‘악인전’(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키위미디어그룹・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은 느와르의 전형 속에서도 변주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악인전’은 조직의 보스와 강력계 형사,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공통의 목표를 위해 손 잡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한다. 중부권을 장악한 조직의 보스 장동수(마동석 분)가 접촉사고를 가장해 접근한 살인마K(김성규 분)에게 당해 가까스로 죽음의 위기를 벗어난다. 한마디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대를 공격한 것. 졸지에 피해자가 된 동수는 분노로 들끓어 K를 직접 처단하기 위해 나선다. 
한편 연쇄살인사건을 확신하고 지원 없이 홀로 사건을 추적하던 강력계 형사 정태석(김무열 분)은 협업하기 힘든 조직과 뜻을 모은다. 그가 연쇄살인마K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생존자였기 때문. 각자의 사연을 갖고 움직이던 보스와 형사가 살인마 K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악인전’의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이원태 감독은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느와르의 단순한 재미 말고 법치주의의 시스템 안에 사는 사람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실망과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싶었다”며 “인간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데 ‘악인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쁜 놈 장동수를 응원하게 될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살다 보면 인간적으로는 정말 별로인데 이미지 포장을 잘해서 착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람이 있다”며 “선과 악이라는 것은 이미지 메이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저로선 그런 현실이 싫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형사 정태석 캐릭터에 대해 “정태석이라는 인물이 껄렁하게 보여도 정의를 중요시 여기는 형사다. 목표를 위해 나쁜 놈과 손을 잡고 선을 넘지만 그 안에서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고 전했다.
이원태 감독이 ‘악인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주인공 3인의 ‘갈등 트라이앵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트라이앵글을 잡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각각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어려웠다. 캐릭터가 흐릿하면 이야기도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라며 “고민하면서 글을 썼는데 어느새 글 안에서 인물 3명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각본을 썼을 당시를 떠올렸다. 막상 시나리오를 쓰는 것보다 초고와 각색 단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그는 선악을 주요 테마로 잡았다며 “저는 법치주의의 한계로 인한 대중의 실망감, 그로 인한 화를 줄여 영화를 통한 쾌감을 안겨 드리고 싶었다”며 “사실 끝까지 나쁜 사람, 한 없이 착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악이 공존하기 때문에 캐릭터 안에 다양한 모습을 변주해 넣었다”고 말했다.
‘악인전’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이달 22일 밤 10시 30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된다. 이원태 감독을 비롯해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등 주연배우,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가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이 감독은 “칸영화제에 초청돼 영광이다”라며 “마 배우가 제게 ‘양복은 내가 해주겠다’고 하더라.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악인전’은 미국의 유명 제작사 발보아 픽쳐스에서 리메이크 된다. 배우 겸 감독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끄는 곳이다. 마동석은 미국 리메이크작에서도 조직의 보스 역할을 맡아 미국의 관객들 앞에 선다.
이원태 감독은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영화를 제작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정확히 언제 촬영을 시작해 개봉할지 모르겠다”며 “실베스터 스탤론 측에서 저희 프로모션 영상만 보고 ‘리메이크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연출은 누가 할지 모르겠는데 미국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려면 현지 감독이 하는 게 나은 거 같다. 중요한 지점인데 만약 기회가 되면 제가 맡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watc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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