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과 실력을 모두 갖춘 여성 싱어송라이터 듀오가 탄생했다. 얼굴도, 마음씨도, 가사도, 멜로디도, 음악 만드는 솜씨마저도 참 예쁜 언어의 정원이 주인공이다. 동덕여대 동문 로영과 르네가 지난달 25일 정식 데뷔 후 듣는 이들의 감성을 포근히 어루만지고 있다.
작곡가 로영과 보컬리스트 르네로 이뤄진 언어의정원은 데뷔 전부터 네이버 뮤지션리그를 통해 이야기가 있는 그들만의 자작곡과 색다른 감성의 커버곡들을 들려주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데뷔 싱글 '그로잉 업'에는 ‘성장’이라는 주제로 ‘마음에게’와 ‘놀이터’ 두 곡이 수록됐는데 참 예쁜 곡이라 음악 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OSEN 사옥에서 인터뷰 차 두 사람을 만났다. "걸그룹 뺨치게 예쁘다"고 칭찬하자 겸손하게 인사하면서도 "여자 둘이니까 걸그룹으로 봐주세요"라며 꺄르르 소녀 같은 웃음을 터뜨린 르네와 로영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유쾌하게, 또 예쁘게 나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첫 만남부터 예쁜 언어의 정원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출신 작곡가 로영(25·본명 김소영)과 보컬리스트 르네(23·본명 김유나)는 14학번 동기로 만나 음악적으로 교감하게 됐다. 로영이 자신의 곡을 부를 보컬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르네가 흥얼거리듯 부른 노래가 로영을 제대로 홀렸다. “이 친구도 절 원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게 로영의 설명. 감성이 비슷한 두 사람은 단박에 통했고 서로에게 감정이 녹아들었다.
“4년 전 학교에서 처음 봈을 때 르네는 조용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친구였어요. 특이해 보였죠. 말수는 없는데 음악할 땐 또 달라보이더라고요. 르네는 칭찬할 게 참 많은 동생이에요. 제 곡을 더 좋게 빛나게 해주죠. 목소리가 보물이에요. 곡을 부를 때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주거든요. 같이 소통하면서 작업하면 곡마다 다 다른 느낌으로 들려요.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거죠. 얼굴도 참 예쁘잖아요. 제가 르네를 엉겅퀴라고 부르는데 저는 팔불출처럼 어딜 가든 르네 자랑을 하거든요. 그래서 전 겅불출이죠(웃음). 인성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보다 어리지만 어른 같은 모습이 있어요. 제가 바지 리더라면 르네는 실질적인 치마 리더랍니다. 이 친구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보물 그 자체예요.”
“제가 아싸였다면 언니는 첫 인상부터 핵인싸였어요. 언니랑 같이 하게 돼 정말 좋아요. 정말 예쁜 언니예요. 외모도 인성도. 무엇보다 제가 쓴 가사를 언니한테 주면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능력이 있답니다. 곡을 줄 때에도 컬러가 확실하고요. 곡을 부르는 제가 확실히 이해하게끔 만들어주니 고맙죠. 사실 언니 목소리도 참 좋아요. 피아노 연주는 또 어떻고요. 믹싱 능력도 뛰어나고요. 언니가 작업을 다한답니다(웃음). 특히나 개그 코드가 잘 맞고 참 밝은 사람이에요. 그 분위기가 음악에 크게 작용하죠. 언니랑 잘 맞아서 배울 점이 더 많아요(르네).”

◆이야기를 피우는 언어의 정원이 예쁘다
언어의 정원은 ‘너의 이름은’, ‘초속5센티미터’ 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의 2013년 애니메이션 작품과 동명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만든 팀명은 아니지만 뜻이 참 예쁘다. 아이돌처럼 “언어의 정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가사 위주의 곡을 쓰고, 노래에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팀명에 ‘언어’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면 했어요. 르네가 꽃을 좋아하는데 가꾸는 느낌이 들어갔으면 해서 ‘정원’을 추가하게 됐죠. 언어의 정원은 ‘언어를 피어낸다’, ‘이야기를 피어냅니다’라는 뜻이랍니다. 언어의 정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로영).”
타이틀곡 ‘마음에게’는 목소리와 건반이 서로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어쿠스틱 팝 장르의 곡이다. 어른이 됐지만 아직 여린 자신에게 전하는 가사는 듣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크고 작은 마음의 부침에 두 사람이 따뜻한 가사와 멜로디로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것. 두 번째 곡 ‘놀이터’는 상실을 통한 성장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담백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쓸쓸한 현악기 선율이 더해져 혼잣말을 하듯 낮게 읊조리는 보컬이 일품이다.
“‘마음에게’와 ‘놀이터’ 모두 성장에 관한 노래예요. 마음이 사람이라면 한 번쯤 안아주고 싶다는 내용이죠. 어른이지만 미성숙한 마음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저희가 여자 듀오고 처음 정식으로 노래를 내는 거잖아요. 상큼 발랄한 사랑 노래를 기대할 수도, 자칫 주제가 무거울 수도 있지만 편곡적인 부분으로는 최대한 무겁지 않고 가별지도 않게 다른 팀이랑 차별화를 두려고 했어요. 저희의 아이덴티티를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성장에 대한 저희의 소소한 상황을 얘기할 수 있는 팀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르네).”

◆노래하는 르네, 노래 만드는 로영..예쁜 음악하는 언어의 정원
르네는 정식 성우는 아니지만 노래 외적으로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배달의 민족’의 통화 연결음을 비롯해 한 브랜드 안경점과 얼굴 마사지기 등의 광고 내레이션과 CM송을 맡았기 때문. 덕분에 보컬적으로도 다양한 변화를 꾀할 수 있어 리스너들에게 지루하지 않은 감성을 선물한다. 스스로 목소리의 장점을 자랑해 달라 부탁하니 수줍게 웃으며 겸손하게 말문을 열었다.
“저는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생각보다 많아요. 목소리가 예쁘다, 맑다는 얘기도 많이 해주시는데 살짝 허스키한 부분도 있죠. 톤에 따라서 음악이 어떻게 바뀌는지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그 만큼 곡 장르를 다양하게 소화하는 것 같아요. 식상하지 않고 재밌게 언어의 정원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르네).”
로영은 웬만한 걸그룹 센터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인형 같은 외모를 자랑한다. 여기에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주고 편곡을 맡아 진행할 정도로 실력은 입증된 바. 언어의 정원이 데뷔 전부터 네이버뮤직 뮤지션리그에서 눈도장을 찍고 옥상달빛, 랄라스윗, 제이래빗 등 여성 싱어송라이터 듀오 계보를 잇는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는 힘이 그가 만든 음악에서 나온다.
“저는 음악 작업할 때 다른 자아가 나와요. 다른 분들이 평소에는 장난꾸러기 같고 재밌다고 하는데 음악할 땐 다른 사람이 되죠. 우울할 때가 있어도 표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기쁘게 승화시키죠. 그 마음이 음악할 때 다 들어가니까요. 제가 묻어온 감정이 음악에 다 들어가는 게 장점이랄까요. 음악이 곧 저를 가장 잘 대변하는 셈이죠. ‘음악이 우울하더라도 이 노래의 상황이 내 상황과 같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게요.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대중하고 친한 친구처럼 음악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그룹이 될게요. 우리는 이야기를 피워내는 언어의 정원이니까요(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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