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희' 연제광 감독 "봉준호 감독님과 함께 칸에 오다니..감사한 일"(인터뷰 종합)[72회 칸영화제]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5.20 08: 32

'령희'를 연출한 연제광 감독이 봉준호 감독과 함께 칸영화제에 초청된 사실에 "어딘가 모르게 든든하고, 기분이 좋다"며 미소를 보였다. 
19일 낮 12시(현지시간) 제72회 칸영화제 KOFIC 부스에서는 단편 영화 '령희' 연제광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령희(Alien)'는 조선족 불법체류자 홍매(한지원 분)와 룸메이트 령희가 한국 공장에서 일하던 중, 령희가 단속반에 쫓기다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 회사는 추모보다 뒷수습 하기에 바쁘고, 홍매는 회사가 숨긴 령희를 찾아 나섰다가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15분 분량의 작품으로, 칸영화제 학생 단편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공식 초청됐다. 

'령희'를 연출한 연제광 감독

한국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마동석 주연의 '악인전'이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됐다. '기생충', '악인전' 외에도 29세 연제광 감독의 '령희'가 학생 단편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정다희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이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한 '움직임의 사전'이 감독주간에 각각 초청받았다. 
'령희'를 연출한 연제광 감독
1990년생인 연제광 감독은 상명대 10학번으로 영화과 졸업 후, 2016년 한예종 전문사 과정에 입학해 올해 졸업이다. '령희'는 영상원 졸업 작품으로 만든 단편 영화다. 이번에 한예종 작품 중 유일하게 연제광 감독의 영화만 칸의 선택을 받게 됐다.
연제광 감독은 지난 2014년 'AMNESIA'로 제12회 아세아 태평양 대학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7년 '종합보험'은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2018년 '표류'는 제20회 대전독립영화제 일반 대학 경쟁 섹션, 제16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 경쟁 부문,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 단편, '홍어'는 제9회 부산평화영화제 공식 경쟁, 제3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오감만족 세계단편선, 제34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 경쟁,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 단편 등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칸에서 선보이게 됐다는 확정 메일을 받았을 때 한국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웃음) 그 멜을 보자마자 밥이 무슨 맛인지 모르겠더라. 얼른 밥을 먹고 제일 먼저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들한테 알렸다. 그런데 엠바고가 걸려 있어서 소식이 공개될 수 없었다. 조금 답답하더라. 가족이랑 지도 교수님 외에는 몰랐다. 그래도 굉장히 행복했다"며 벅찼던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예전에 필름 마켓 관련해서 칸에 온 적이 있는데, 선배 감독님과 지도 교수님이 잘 챙겨주셨다. 그때 '나도 언젠가 꼭 영화로 와보고 싶다'고 다짐했는데, 3년 뒤 정말 오게 됐다"며 "뭔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그렇게 3년 전에 오고 싶었는데 진짜 왔구나 싶다. 오히려 생각보다 들뜨기 보다는 덤덤했다. 하고 싶었던 걸 이뤘던게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령희' 포스터
'령희' 스틸
'령희'는 불법체류자와 조선족 노동자, 그리고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제광 감독은 "예전에 불법 체류자가 단속을 피하다 떨어져 죽은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자살 처리가 됐다. 그때도 사람이 떨어져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또 단속이 이뤄지고 있더라. 그 뉴스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외갓집이 시골 충정도에 있는데, 그곳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곳의 풍경과 뉴스가 합쳐지면서 구상하게 됐다. 작년에 기획해 그해 가을에 촬영하고 지난 1월 마무리했다. 촬영 장소는 외갓집이 있는 충청도 괴산에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취재를 통해 시나리오를 완성한 연제광 감독은 카메라 앵글을 최대한 고정시킨 상태로 촬영에 임했다. 그는 "취재는 했지만, 령희라는 인물이 영화에서 그렇게 두드러지는 인물은 아니다. 그래서 취재한 내용이 그렇게 많이 반영되진 않았다"며 "그리고 약자한테 벌어진 사건이 동남아 노동자라는 또 다른 약자에게 이어지는 부조리한 구조를 관찰자 시점으로 성찰하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카메라는 되도록 고정시켜 촬영했다"고 답했다. 
영화의 처음 제목은 '령희'가 아닌 '홍매'였다고. 그 이유에 대해 "영화 속에서 주체가 되는 건 홍매가 맞지만, 령희의 죽음을 다루기 때문에 나중에 제목을 바꿨다"고 했다.
'령희'를 연출한 연제광 감독
이번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기생충', 단편 경쟁 부문에는 '령희'가 진출해 수상 결과도 기대되고 있다. 오는 24일 단편 부문 결과가 공개되고, 25일 폐막식에서 '기생충'의 수상 여부도 발표된다. 
연제광 감독은 "봉준호 감독님과 함께 칸을 왔다고 생각하니까, 어딘가 모르게 든든하다. 다른 감독님보다 봉준호 감독님이니까 뭔가 더 좋은 것 같다. 감회가 새롭다. 봉준호 감독님은 날 모르겠지만 같이 왔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그동안 감독님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밤 '한국 영화의 밤' 행사 때 스쳐 지날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어린 시절, 영화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영향과 비디오 가게를 좋아한 연제광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영화 속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구나"를 느꼈다고. 칸영화제에서 다르덴 형제 작품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연제광 감독은 한국에 돌아가면 본격적으로 장편 영화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며, 이미 시나리오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 제작사 테이크와 손잡고 작업 중인 작품의 제목은 '서울의 밤'(가제).
그는 "지금 장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발버둥 치는 청년의 이야기다. 완전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세대의 느낌을 잘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만들면 관객 분들도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싶다"며 향후 계획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연제광 감독은 "'령희'가 22일 오전 11시에 칸에서 공개 되는데, 이 영화에 담긴 내 진심이 잘 전달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진] 하수정 기자 hsjss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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