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황금종려상"..'기생충' 첫공개, 뤼미에르 극장서 8분 기립박수(종합)[72회 칸영화제]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5.22 08: 47

한국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뤼미에르 극장에서 8분 간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제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기생충'이 21일 오후 9시 30분(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레드카펫 행사를 진행했고, 이후 오후 10시부터 첫 공식 상영을 가졌다. 뤼미에르 극장 규모는 총 2,300여 석.
이날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봉준호 감독과 '설국열차', '옥자' 등으로 인연을 맺은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이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막작 짐 자무쉬 감독의 '더 데드 돈트 다이'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은 '기생충' 공식 상영에도 참석하면서 봉준호 감독과의 의리를 지켰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첫 공개된 영화 '기생충'

이어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배우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은 뤼미에르 극장 앞의 레드카펫을 걸으며 세계 각국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고, 오후 9시 59분 극장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착석했다. 봉 감독과 틸다 스윈튼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과도 포옹을 나눴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첫 공개된 영화 '기생충'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 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 네 집에 발을 들이고,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이자, '마더'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한국영화다. '마더'를 찍고, '설국열차'와 '옥자'를 연출하긴 했지만, '설국열차'는 출연 배우 90%가 외국 배우들이었고, 대사 역시 영어로 이뤄졌다. '옥자'는 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비 100%를 투자한 작품으로, 극장 개봉없이 넷플릭스에서만 공개됐다. 
'옥자'에 이어 두 번째 칸영화제 경쟁 진출작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 네와 CEO 박사장 네를 둘러싼 '가족희비극'이라는 간단한 줄거리와 예고편 외에는 공개된 게 없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궁금증이 커졌다. 
여기에 공식 상영 하루 전 공개된 최종 보도자료에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쓴 메시지가 담겨 주목을 받았다. 봉 감독은 보도자료 서문에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여러분들께서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쓰실 때, 그간 예고편 등을 통해 노출된 두 남매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라며 지나친 스포일러 리뷰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영화 속 반전에도 관심이 쏠렸다.
뤼미에르 극장에서 최초로 공개된 '기생충'은 기대 이상이었다. 대학생 친구(박서준 분)를 대신해 부잣집 박사장 네의 영어 과외 선생님으로 들어간 백수 기우는 학력을 위조하고, 기지를 발휘해 무사히 취직한다. 이후 여동생 기정(박소담 분)도 박사장 네의 미술 과외 선생님으로 취직하고, 두 가족이 점점 엮이게 되면서 흥미를 더한다. 
앞서 봉준호 감독이 언급했던 것처럼, 두 남매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는 알면 알수록 놀랍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특히 박사장 네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을 연기한 이정은과 또 다른 히든 캐릭터 박명훈이 신 스틸러로 활약하는데, 이들이 역할을 자세히 설명하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절반 이상 감소한다. 
송강호부터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그리고 아역들까지 배우들의 연기는 빈틈이 없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삑사리의 미학'이 이번에도 중요한 장면에서 여지없이 등장한다. 
'기생충' 포스터
영화가 끝나고, 밤 12시 7분부터 뤼미에르 극장의 모든 관객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더니 끝날 줄 몰랐다. 그렇게 시작된 기립박수는 8분이나 이어졌고, 곳곳에서 환호와 감탄이 터져나왔다. 관객들은 자발적으로 리듬을 맞추면서 박수를 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관람해 준 관객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가자"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해외 관객들은 대부분 호평을 내놨고, 그 중에서도 프랑스 파리에서 왔다는 여성 관객들은 OSEN에 "퍼펙트 했다. 나에게는 이 영화가 황금종려상이다"며 극찬했고, 프랑스의 또 다른 남자 관객은 "봉준호의 영화 '옥자'를 2년 전에도 봤다"며 팬이라고 하면서 "재밌었고 특별한 영화였다"고 밝혔다. 한 해외 남자 관객도 "'기생충'은 흥미로운 영화였다"고 평했다. 
한편, 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 '기생충'까지 본인의 연출작으로만 무려 5번째 칸에 초청됐고, 송강호 역시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밀양'(2007년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비경쟁 부문), '박쥐'(2009년 경쟁 부문)에 이어 '기생충'으로 5번째 칸 진출을 이어갔다. 
또, 이선균은 '끝까지 간다'(2014년 감독 주간) 이후 2번째 초청됐으며, 최우식은 '부산행'(2016년 비경쟁 부문)과 '옥자'(2017년 경쟁 부문)에 이어 3번째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은 생애 첫 칸영화제에 참석하는 영광을 안았다.
제72회 칸영화제는 오는 25일 폐막하며, 한국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마동석 주연의 '악인전'이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됐다. '기생충', '악인전' 외에도 한예종 출신의 연제광 감독의 '령희'가 학생 단편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정다희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이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한 '움직임의 사전'이 감독주간에 각각 초청받았다. 
[사진] 하수정 기자 hsjss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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