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황금종려상, 마지막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진짜 이유 [72회 칸폐막②]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5.25 09: 46

"평점이 높은 영화는 수상에 실패한다", "상영 일정이 후반부일수록 수상 확률이 높다" 전부 칸영화제의 속설 중 하나로, 100% 정확한 규칙은 없다.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이 25일 오후 7시(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9년 만에 본상을 받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 21일 오후 10분(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첫 공식 상영된 '기생충'은 8분간 기립박수를 받았고, 각종 외신과 세계 각국 기자들은 호평과 극찬을 내놨다. 

'기생충' 포스터

칸영화제 공식 소식지 영국의 영화 전문 매체 스크린데일리에 따르면, '기생충'은 세계 각국 기자 10인의 점수를 합산한 결과 4점 만점에 3.4점을 받았다. 3.3점으로 1위였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 셀린 시아마 감독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Portrait of a Lady on Fire)'보다 0.1점 높다. 최고 평점을 경신하면서 1위로 올라선 것.
24일(현지시간) 유럽 15개 매체의 평점을 집계하는 칸영화제 공식 소식지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도 9개 매체가 '기생충'에 만점을 의미하는 황금종려가지를 줬다. 이는 11개 매체가 황금종려가지를 부여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있는 '기생충' 감독과 배우들
좋은 소식은 또 있다. '기생충'은 해외 세일즈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정식 개봉을 앞두고 전 세계 192개국에 판매되며, '아가씨'의 176개국 기록을 뛰어넘고, 역대 한국영화 판매 기록 1위를 갈아치웠다.
주요 국가로는 북미 지역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러시아, 폴란드, 헝가리 유럽 국가,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지역, 호주,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 일본, 태국, 대만, 홍콩, 마카오, 싱가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 중동 지역 등이다. 
그러나 칸에서 평점이 높으면 심사위원들이 일부러 다른 작품에 상을 준다는 속설이 있다. 이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OSEN에 "칸영화제는 정해진 법칙을 따르는 곳이 아니다. 만약 그런 규칙이나 외부로 드러난 속설이 있으면 금방 바꾼다. 후반부에 상영 될수록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속설"이라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맡았고, 미국 배우 엘르 패닝, 부르키나파소 배우 및 감독 마우모나 느다예, 미국 각본가이자 감독·제작자인 켈리 리처드, 이탈리아 감독이자 각본가 알리체 로르바케르, 프랑스 그래픽 소설 작가이자 감독인 엔키 비라르, 프랑스 감독이자 로뱅 캉피요,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폴란드 감독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4개의 대륙, 7개국 국적을 가진, 남자 4명과 여자 4명으로 비율을 맞췄다.
'기생충' 공식 포토콜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 역시 칸 현지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베를린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비롯해 많은 영화제 심사위원 과정을 경험했다. 그때 경험한 느낌은 정말 예측할 수 없다. 최후의 30분에 뒤바뀌는 경우도 있고, 심사위원 중의 한 명이 인성도 안 좋고 고집도 세고, 미친 듯이 한 영화를 반대하고 별의별 케이스가 있다. 나도 심사를 받는 입장이 있는데 '그때도 이랬겠구나' 싶더라. 결국 심사위원 9명이 결정하는 것이다. 상영관에서 어떻게 반영하고, 그 반응이나 리액션도 소중하지만, 상이란 건 그것과 별개인 것 같다. 최후의 날 아침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상을 못 받았다고 해서 이 영화의 가치나 재미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칸영화제 공식 소식지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도 "수상작을 선정하기까지 정말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수상하기 위해선 진짜 운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알고 보면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도 아카데미상을 한 번도 타지 못했다. 수상작 선정 과정은 모호한 데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그해 영화제 심사위원들의 성향과 예상치 못한 각종 변수에 따라 수상작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뤼미에르 극장 레드카펫 입장 전 얘기를 나누고 있는 배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
현지에서 만난 한 영화 관계자는 OSEN에 "2017년 칸 경쟁 진출작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심사위원상 후보로 끝까지 거론되다 마지막 순간에 탈락됐다고 하더라. 정말 마지막에 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애초 23일 칸을 떠나기로 했던 송강호는 일정을 변경해 봉준호 감독과 폐막식까지 남기로 결정했다. 수상에 대한 귀띔보다는 가족들과의 여행이라고. 지금까지 송강호가 칸 경쟁 부문에 진출했을 땐, 반드시 본상 수상에 성공했다(2007년 '밀양' 여우주연상 전도연, 2009년 '박쥐' 심사위원상). 올해 '기생충'도 본상을 받아 좋은 속설이 생기길 기대해 본다.
한편, 지난 14일 개막한 제72회 칸영화제는 25일 폐막식을 끝으로 12일간의 영화 축제를 마무리한다. 올해 한국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마동석 주연의 '악인전'이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됐다. '기생충', '악인전' 외에도 한예종 출신의 연제광 감독의 '령희'가 학생 단편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정다희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이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한 '움직임의 사전'이 감독주간에 각각 초청받았다./.hsjssu@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CJ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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