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거림' 구자철은 역시나 축구판 박찬호였다. 엄청난 입담을 과시하며 팬들과 즐거운 소통의 시간을 보냈다.
구자철은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 대한축구협회(KFA) 축구공감 토크콘서트를 개최하며 자신의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특유의 재치 넘치는 입담을 뽐냈다.
지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을 끝으로 구자철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런던 올림픽 세대의 주역인 구자철은 A매치 통산 76경기에서 19골을 기록하며 2010년대 한국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구자철은 지난 2008년 2월 동아시아축구선수권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가졌다. 이후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컵 세 차례(2011년, 2015년, 2019년)와 월드컵(2014년, 2018년) 두 차례에 나서기도 했다.
클럽 무대에서도 빛났다.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데뷔하여 센세이셔널 활약을 보여준 구자철은 유럽 무대에서도 눈에 남는 족적을 남겼다. 독일 무대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며, 200경기 나오며 또 하나의 전설이 됐다.
토크콘서트를 가득 채운 팬들은 구자철의 13번 대표팀 유니폼을 흔들며 구자철에 대해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팬들의 환대 속에 그는 "내가 직접 나선 강연이다. 한국축구를 정말 사랑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 저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날 토크콘서트 1부에서 열린 특강을 위해 구자철은 A4 10장 분량을 준비했다. 그는 "사실 어릴 때는 타이어를 끌고 골대와 골대 사이를 20번씩 달렸다. 그러고 지쳐 쓰러지면 하늘의 별을 보고 대화했다. 그땐 별이 친구였다. 요즘에도 별을 보며 얘기한다"고 자신의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특강에 이어 열린 팬들과 질의문답 시간에서도 구자철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야구에 '투 머치 토커' 박찬호가 있다면, 축구판에는 '구글거림' 구자철이 있다는 소문이 허언이 아니었다.

이날 행사 진행을 맡은 한준희 해설위원이 "사실 구자철의 측근이 '너무 말이 길어진다면 좀 잘라달라'고 요청이 들어왔다. 그래도 너무 진솔한 대화라 멈추지 못하겠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정말 제대로 된 토크 콘서트가 이어졌다.
팬들의 재밌난 질문에 구자철의 재치 넘치는 답변이 이어졌다. 한 팬은 런던 올림픽 3-4위전 한일전 당시 구자철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Why'만 외친 이유를 물었다.
구자철은 "사실 한국어로도 너무 흥분하면 말이 잘 안나온다"라고 하며 "당시 너무 흥분해서 그랬다. 진짜 카드감이 아니었다. 억울하다. 내 발은 공만 건드렸다. 지금이라면 영어로 '공만 건드렸다'고 항의할 것이다"고 자신의 영어 실력을 옹호했다.
구자철이 '절친' 기성용(뉴캐슬)과 함께 대표팀을 떠나며, 벤투호는 새로운 세대 개편에 직면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구자철-기성용이 너무 빠른 시기에 은퇴를 선언했다는 여론도 나왔다.
한 팬이 던진 대표팀 은퇴에 관련된 질문에 구자철은 너무나 솔직하고 진솔하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대표팀 은퇴에 관해서 성용이랑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문을 열었다.
대표팀뿐만 아니라 아우크스부르크까지 떠난 구자철은 축구 인생의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그는 "이적은 아무 것도 결정나지 않았다. 급하지 않다. 심사숙고해서 나아가겠다. 나와 가족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언제나 K리그 복귀를 꿈꾼다는 구자철은 "리그가 튼튼해야 대표팀도 발전한다. K리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 연고가 중요하다. 팬들이 자신 지역 팀에 애정을 가지고 선수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구자철인 현역 선수로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아직 행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의 토크 콘서트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mcadoo@osen.co.kr